▲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이달 1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조사 결과에는 깜짝 놀랄 만한 사안들이 다수 담겨 있다. 현대·기아차가 사용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근로감독관의 의견에도 검사 수사지휘에 따라 적법도급 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이라든지, 10년 이상 적법한 노조로 활동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부담스럽다는 담당 국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장관 또는 차관으로부터 법외노조 처분에 대한 검토 지시가 내려왔다는 진술이 하나의 예다. 노조파괴가 자행된 11개 사업장에서 대표이사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근로감독관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사가 불기소했다든지, 노조파괴 공작에 경찰서·노동부 등과의 협조체계가 존재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자료와 진술이 나왔다는 조사 결과를 접하면 그동안 심증을 가졌던 부분이 일부 확인된 것임에도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다른 수사를 통해 일부 밝혀진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사용에 관한 노동부의 조사 결과 뒤집기나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에 국가기관이 협조한 사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대해 회사·경찰·청와대가 한 몸이 돼 자행한 노조파괴와 국가폭력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경찰·정부부처 등 국가기관이 자행한 인권 침해와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각종 개혁위원회가 구성돼 충격적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인권의 수호자여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와 대법원마저 블랙리스트와 사법농단 등 실로 충격적 적폐가 드러나 혁신위원회가 꾸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국가기관이 자행한 다양한 인권 침해 사실과 자료가 드러났으나, 결론은 이러저러한 혁신 ‘권고’에 그칠 뿐 국가기관의 책임 있는 사과나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배상, 재발방지를 위한 계획 수립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만 떨어뜨릴 뿐 “적폐가 드러나도 잠깐의 소나기만 피해가면 된다”는 내성만 키워 주는 꼴이다.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정을 유린한 적폐 청산이 정치적 놀음에 그치지 않기 위해 지금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지금까지의 조사·수사를 통해 밝혀진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 과거 정권이 저지른 잘못인데 왜 현 정부가 사과하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파괴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사과를 하는 것이 이후 부당노동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적 방안임은 분명하다. 노조파괴를 자행해도 하위 실무자 몇몇만 책임지면 피해 갈 수 있다는 기득권층에 만연한 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독립적인 진상조사 혹은 수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여타 개혁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역시 수사권을 갖지 못한 한계로 인해 중요한 자료와 진술을 확보하고도 더 이상의 조사와 책임추궁을 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서비스 관련 몇몇 혐의사실에 관해 검찰에 수사 촉구 등이 이뤄졌으나,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제기된 혐의사실에 대한 독립적 진상조사 내지 수사가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개혁이 가능하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정부에 십수 년간 권고한 내용 일부를 인용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하청노동자들의 해고에 대해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노동자들이 원청에 맞서는 노동쟁의를 했다는 단지 그 이유로 해고된 것으로 판명된다면, 이들이 최우선적 구제책으로서 임금 손실 없이 원직복직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사법당국이 객관적이고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복직이 가능하지 않다고 결정한다면, 그동안 고통받은 모든 손해를 구제하기 위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반노조적 차별행위를 단념시킬 수 있는 충분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향후 이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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