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어떤 범죄들은 전문가집단에 의해 자행된다. 보이스피싱 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누군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개인이 저지르기 어려운 범죄이기 때문에 전문가조직에 의해 자행된다. 청부 폭력이나 마약 밀매, 유통 역시 폭력조직과 같은 전문가조직에 의해 저질러진다. 전문가조직에 의한 범죄는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지만 그 수법이 교묘해 수사와 처벌이 쉽지 않다고 한다.

부당노동행위도 범죄다. 그리고 부당노동행위 전문 범죄조직 역시 존재한다. 창조컨설팅은 자신의 고객인 ‘회원사’들과 부당노동행위를 함께 기획했으며 부당노동행위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상세히 ‘지도’했다. 그들의 전략은 이러했다.

우선 조합원을 해고하거나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도발한다.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돌입하면 쟁의행위를 구실로 공격적인 직장폐쇄 단행한다. 직장폐쇄를 유지하면서 노조를 흔든다. 그리고 우호적인 세력을 만들어 노조 탈퇴 혹은 조직형태 변경을 지원한다.

창조컨설팅은 이런 치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14개 이상의 노동조합·지회를 파괴하는 데 기여했다.

건조하게 요약하기엔 부당노동행위 실상이 너무도 참혹했다. ‘회원사’들은 불법적이고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유지하기 위해 소위 ‘용역’으로 불리는 불법 경비업체들을 고용해 공장을 눈에 보이는 직접적 폭력의 지배 아래 놓았다. 불법적인 직장폐쇄 끝에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복귀의사를 밝히면 ‘회원사’는 “직장폐쇄 후 각종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있으나 이러한 행위가 노조법에서 허용하는 쟁위행위가 아님을 깨닫고 (…) 노조의 불법 집단행동 참여 지시는 따르지 않겠습니다”라는 양심에 반하는 내용을 서약하게 했다. 복귀한 노동자들에게 행군이나 오리걸음, PT체조를 시켰다. 사무실 복도 통로에 책상 하나 준 뒤 앉아서 아무 일도 못하게 했다. 또는 자신의 업무가 아닌 화장실 청소나 사원아파트 조경관리를 하게 했다. 노동조합 활동 정도에 따라 주황·파랑·노랑 옷을 입혀 ‘혁신학교’라는 이름의 ‘정신교육’에 참여시켰다. 심지어 노동자 가족에게 합창단 모임에 가입하라고 강제했다. 조직형태 변경에 성공하면 금속노조를 탈퇴한 사업장의 노조 위원장 등을 초빙해 노동자들이 산별노조의 폐해와 독립노조의 장점에 대한 특강을 듣게 했다.

이런 행위들을 기획하고 지도한 대가로 창조컨설팅과 창조시너지, 창조인재개발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만 계산해도 대략 8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엄벌이 필요하다.

2012년 10월19일 창조컨설팅은 설립인가가 취소됐다.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의 노무사 등록도 취소됐다. 당연하다는 듯 심종두 전 대표는 노무사 등록 취소 기한이 끝나자 ‘글로벌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노무법인을 설립해 영업을 시작했다. 심 전 대표가 다시 노무사 업무를 할 수 없게 하자는 ‘창조컨설팅 부활방지법’이 발의됐지만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글로벌원 홈페이지는 현재도 굉장히 세련되게 불법을 자행하라고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이 1년2개월 실형을 복역한 것을 비롯해 자신들의 ‘회원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했던 것도 그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엄벌이 필요하다.

검찰은 자신의 주요 활동 중 하나로 조직폭력범죄 수사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현재 폭력조직은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 보이스피싱조직 총책에게는 중형이 선고돼 보이스피싱 근절의 신호탄이 올랐다. 부당노동행위 전문 범죄조직도 처벌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부당노동행위를 용인하지 않음을 분명히 할 수 있다. 다가오는 8월13일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전 대표와 김주목 전 전무에 대한 형사재판 판결이 내려진다. 법원이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 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이 던졌던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다.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는 누가 죽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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