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상시 병원 복도에 있는 간호사용 이동식 워크테이블.<강릉아산병원노조>
강릉아산병원이 재단 이사장 부부 방문을 앞두고 '보기에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간호사용 이동식 워크테이블을 치워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부서에서 지원 나온 간호인력들은 일할 곳이 사라져 발을 동동 굴렀다. 환자들은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피해를 봤다.

6일 오전 강릉 사천면에 위치한 강릉아산병원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부부가 방문했다. 이들은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30분까지 병원 로비에서 정형외과로 가는 동선에 있는 척추센터와 외과의 간호사용 이동식 워크테이블을 모두 치웠다. PC를 연결하는 전선이 보기에 지저분하다는 이유였다.

강릉아산병원노조(위원장 이은경)에 따르면 척추센터와 외과에 이동식 워크테이블을 설치한 이유는 해당 부서에 환자들이 많아 다른 부서 지원인력(헬퍼)이 파견되기 때문이다. 간호사와 간호보조원으로 구성된 헬퍼는 이동식 워크테이블에서 외래환자 접수를 받고 진료 일정을 설명한다. 그런데 헬퍼들이 일하는 공간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은경 위원장은 "워크테이블과 PC가 없으면 다른 부서 간호인력이 해당 부서에 지원을 가도 환자들을 돌볼 수 없다"며 "재단 이사장 일가에 대한 병원측의 과잉충성 탓에 직원들이 업무를 못하고 환자들만 피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정몽준 이사장 일가가 1년에 한두 번 병원을 방문하는데 방문을 앞두고 하루 전부터 간호인력들이 청소에 동원되고 직원들에게는 깍듯이 인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며 "오랜 세월 자리 잡은 병원 갑질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측 관계자는 "이사장 부부가 조용히 왔다 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간호팀장 지시로 척추센터 복도에 있는 워크테이블이 미관상 보기 안 좋아 치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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