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 강북지역에서 도시가스 검침을 하는 김아무개(51)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10시께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느껴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민 도움으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폭염 때문에 오전에도 돌아다니기 힘든데 회사는 점검률만 따진다”며 “점검률이 저조하면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하기 때문에 온열질환 치료를 받으면서도 검침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길에서 쓰러지는 도시가스 검침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노동자들이 서울시에 긴급대책 마련을 요구한 이유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2일 정오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가스회사와 고객센터 운영업체에 폭염에 따른 안전대책을 요구했는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업무량 달성만 요구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옥외노동자에 맞는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스코 구의고객센터 검침원 김효영씨는 “서울시와 원청 가스회사는 폭염으로 검침원이 사망한 뒤에 책임질 생각이냐”고 반문한 뒤 “위험한 업무환경을 당장 개선해 달라”고 말했다.

지부는 “매년 폭염대책 마련을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며 “서울시와 사측이 의지만 있다면 긴급 인력투입이나 혹서기 인정검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정검침은 계량기를 검침하지 않고 전달 고지금액을 기준으로 청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오차가 있으면 다음달에 정산한다. 업체들은 민원을 이유로 인정검침을 꺼린다. 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노조가 파업을 했을 때 업체들이 일부 지역에서 인정검침을 했다”며 “혹서기에 충분히 활용가능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이날 서울시에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이동노동자 폭염대책을 서울시 차원에서 마련해 달라는 요청서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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