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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하라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7월10일 고용노동부는 전국기간제교사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현행법상 기간제교사는 ‘교원’인데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해고자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 노조 불인정 이유였지만, 기간제교사노조의 경우 계약만료와 신규채용을 반복하는 기간제 노동자의 속성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됐다. 기간제교사를 ‘교원’으로 대접하지 않던 정부가 노조할 권리를 부정할 때에는 ‘교원’이라는 신분을 들이댄다. 비정규직에게 시혜는 베풀 수 있을지언정 스스로 권리를 찾는 것은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이 정부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동조합 설립은 헌법상 권리다. 그런데 조직률이 2%밖에 되지 않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이 헌법상 권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규직들만 노조를 만들어서 노조 가입자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노조에 가입하더라도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당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두려워서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노동권에 대해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어 노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도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시선 때문에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는 것을 고려해 본 적 없는 노동자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떠하든 한국은 비정규 노동자가 노조하기 어려운 나라다.

최저임금은 생활임금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며,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법이 강력하게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도 아니고, 언론이 노동자에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도 돼 있지 않기에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는 길은 ‘노동조합’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더더욱 그러하다. 비정규직은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해고되기 때문에 법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이유가 자유로운 해고와 임금차별에 있는 만큼 기업주들의 온정에 호소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러니 비정규 노동자들이 단결해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이 정부도 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 문제해결 주체가 되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비정규직들을 ‘이해관계 당사자’라는 이유로 배제하고, 각종 위원회에서도 청년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는 높이지만, 비정규직 당사자를 참여시키기보다는 소위 ‘전문가’를 통해 비정규직 목소리를 ‘대리’하게 한다. 무수히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싸우고 목소리를 냈는데, 그 목소리를 직접 듣기보다는 ‘중재’라는 방식으로 희석시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이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단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노동회의소’처럼 ‘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2000년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정의)를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법을 개정해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이면서도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원청'을 진짜 사장으로 인정하라는 것이었고, 단지 계약의 형식을 위탁계약 혹은 도급계약으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요구를 한 지 20년이 돼 가는 지금도 해당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이 정부도 여전히 무관심하다.

정부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이 특수고용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동권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이 많아질 것이므로 ‘노동자’ 개념을 넓혀 권리를 확장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여전히 '종속성' 지표에 연연해 노조할 권리를 제한한다. 노동부는 원청이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하청업체를 폐업하거나 하청노동자들을 내쫓을 때에도 부당노동행위로 강하게 처벌하지 않는다. 원청이 하청노동자 파업을 파괴할 목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해도 눈을 감는다. 부당노동행위에 관대하고 노조할 권리를 제한하는 법과 정부의 태도가 비정규직의 처지를 악화시킨다.

비정규직에게는 ‘시혜’가 아니라 ‘노조할 권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노조법 2조를 개정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묻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인정해야 한다. 노동부는 원청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며, 설립신고를 하거나 변경신고를 한 특수고용 노동조합을 조건 없이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기간제교사노조의 설립신고를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진정성이 인정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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