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이병훈 중앙대 교수)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법외노조 통보의 법적근거가 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불법파견 사건은 법원 판결에 따라 조속히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개혁위는 지난달 31일 과거 정권의 △노동행정 △근로감독 △노사관계 △산업안전 △권력개입·외압 방지 등 5개 분야 15대 과제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1일 이 같은 내용을 김영주 장관에게 권고했다.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 또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

개혁위는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주목했다. 개혁위는 조사 과정에서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존재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당시 노동부 담당국장으로부터 "10여년간 활동 중인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부담스러웠지만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진술을 받았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비망록)에 전교조가 다수 언급된 점과 최근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을 감안했을 때 외압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개혁위는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노동부가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을 삭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노조 설립신고서 반려사유가 생기면 행정관청이 노조에 시정을 요구하고, 노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아님'을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시행령을 근거로 규약시정과 해직자 배제를 전교조에 요구했다. 전교조가 이에 응하지 않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행정조치를 취소할 수는 없다"며 "법령상 문제가 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조법 시행령 삭제 권고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관계법제도 전문가위원회에서 설립신고제도 관련 제도개선 전반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와 연계해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직접고용 명령"

개혁위는 10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고, 당사자 간 협의·중재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개혁위는 법원이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판결했는데도, 노동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2010년 8월 접수한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을 5년이 지난 2015년 10월에야 검찰에 송치했다.

개혁위는 검찰의 부당한 수사지휘도 확인했다. "일부 공정이 불법파견"이라는 근로감독관 최초 의견을 무시하고 검사 수사지휘에 따라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했기 때문이다. 개혁위는 "불법파견 판정기준 관련 법원 판례를 반영해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에 대한 지침, 사내하도급 파견 관련 사업장 점검요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파견법 위반 감독·수사를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지침과 기준 마련도 주문했다.

개혁위는 이 밖에 △사전통보 없는 불시 근로감독 원칙 수립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노조 무력화 공작 진상조사 △산재 판정구조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 △재해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강화를 제시했다.

이병훈 위원장은 "9개월간의 개혁위 활동을 통해 과거 고용노동행정 정책집행의 문제점을 살피고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며 "노동부는 개혁위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개혁위 권고사항은 관련 실·국이 가능한 빨리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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