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

대상판결 : 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2014두12604판결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이 6월15일 선고한 재능교육의 학습지노조에 대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판결(2014두12598·2014두12604)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과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노조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 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러한 노조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 정의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반드시 근기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② 대법원이 판례로 확립한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의하면 원고 학습지교사들을 근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 비록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노동 3권 보호의 필요성이 있으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원고 학습지교사들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법원 2014.2.13. 선고 2011다78804 판결(2014년 골프장 캐디 판결)

대법원은 2014년 골프장 캐디 판결(대법원 2014.2.13. 선고 2011다78804 판결)에서 “노조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도급·위임·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대법원 1993.5.25. 선고 90누1731 판결, 대법원 2006.10.13. 선고 2005다64385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고 “설령 원심이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 인적 종속성보다는 ‘업무의 종속성 및 독립종속성(경제적 종속성)’ 평가요소에 더 중점을 뒀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 대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노조법상 근로자성 개념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골프장 캐디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첫째, 대상판결은 2014년 골프장 캐디 판결과 마찬가지로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이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다르다고 분명하게 판단했다. 둘째, 2014년 골프장 캐디 판결은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않았는데 대상판결은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다른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3. 대상판결의 한계

가. 2006년 학원강사 판례(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이후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례의 흐름1)

첫째, 사용자의 지휘·감독 정도와 관련해 종전 판례에서는 ‘구체적·개별적 지휘감독’을 요하고 있던 것을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완화하고 있다.

둘째,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정할 수 있는 것은 편면적 징표로 고려하고 있다. 즉 만약 그러한 징표가 있다면 당연히 이는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데 유리한 징표이지만,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성을 배제하는 징표로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금의 지급방식과 관련해 대법원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고 실적 내지 업무 결과에 따라 비례해 지급하는 형태의 금원지급도 그 임금성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근로자성 부정의 징표로 보지 않고 있다. 한편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과 관련해 2006년 학원강사 판결 이후 이 부분이 여전히 근로자성 판단의 요소로 돼 있지만, 이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 요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위임계약서 등에서 정한 해지사유를 징계에 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셋째, 근로자 개념은 근로자와 사업자 사이의 구별을 위한 것인 만큼 특정 노무공급자의 근로자성은 근로자적 징표뿐만 아니라, 사업자적 징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근로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사업자적 징표들이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 1994년 판례(대법원 1994.12.9. 선고 94다22859 판결)는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라고 제시하고 있었고 종전 판례에 대해 노무공급자의 사업자성에 대한 판단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에 2006년 학원강사 판례는 여기에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를 추가함으로써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 사업자성을 같이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전문성과 경제적 능력을 가지는지 여부, 다른 사업자와도 거래할 수 있고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사업운영에서 비롯되는 위험도 인수하고 있는지 여부도 고려돼야 한다.

나. 학습지교사의 근무실태2)

첫째, 학습지교사들은 다음과 같이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

“참가인은 신규 학습지교사들을 상대로 입사실무교육을 실시하고, 사무국장 및 단위조직장을 통해 신규 학습지교사들을 특정 단위조직에 배정한 후 관리회원을 배정했다. 일반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는 구별되지만 원고 학습지교사들에게 적용되는 업무처리지침 등이 존재했고, 참가인은 원고 학습지 교사들에게 학습지도서를 제작·배부하고 표준필수업무를 시달했다. 학습지교사들은 매월 말일 지국장에게 회원 리스트와 회비 남부 여부 등을 확인한 자료를 제출하고 정기적으로 참가인의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회원들의 진도상황과 진단평가 결과 및 회비수납 상황 등을 입력하며, 두세 달에 1회 정도 집필시험을 치렀다. 또한 참가인은 회원관리카드 및 관리현황을 보유하면서 때때로 원고 학습지교사들에게 일정한 지시를 하고, 주 3회 오전에 원고 학습지교사들을 참여시켜 지국장 주재 조회와 능력향상 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대상판결 이유 중 판단)

둘째, 학습지교사들은 ① 참가인이 제공해 준 교재·시설 등으로 업무를 하고 ②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으며 ③ 다른 학습지회사에 겸직할 수 없으며 ④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원고 학습지교사들에게는 사업자성이 없다.

다. 대상판례의 한계

위와 같이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 표지가 변화되고 있고 학습지교사들의 근무실태는 근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될 정도의 종속성이 있다고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상판례는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는 한계가 있다.


<각주>
1. 권두섭,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에 관한 판례의 변화와 권리보장 입법의 필요성(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외 주최 토론회, 2017년 2월28일, 5~18면 참고)
2. 대상판결 표현대로 학습지교사는 ‘원고 학습지교사들’로, ㈜재능교육은 ‘참가인’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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