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내년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을 지난해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지급액을 1조2천억원에서 3조8천억원으로 늘리기 위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근로장려금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소득이 낮은 노동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면서 노동의욕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정부 계획대로 하려면 재정지출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이나 보수야당, 그리고 재계가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는다.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뒤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사업을 하자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반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은 이날 ‘근로장려금과 저임금 노동시장’이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했다. 기초생활급여 수급자가 근로장려금을 받으려면 취직을 해야 한다. 일을 하지 않아도 정부가 생계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급여 수급자격은 박탈된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에 단독가구주가 근로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연소득이 2천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 8천350원을 월급여(주 40시간 기준)로 환산하면 174만5천원, 연간소득으로 바꾸면 2천94만원이다.

내년에 단독가구주가 근로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주 40시간을 밑도는 수준으로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간제를 포함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이 주로 근로장려금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장흥배 대안 연구원은 “정부의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은 줄어들고 이들의 소득을 최저임금 미만으로 묶어 두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근로장려금이 빈곤의 제도화로 기능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정부가 근로장려세제(EITC) 1달러를 지출하면 사용자가 0.36달러를 가져간다는 결론을 내린 미국의 연구보고서도 있다.

장흥배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용자가 EITC 혜택을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적정한 최저임금을 제시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나 인상률 저하 등의 흐름 속에 배치된 근로장려금 대폭 확대는 시장임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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