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목적으로 알려진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특수활동비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법원 고위관계자들은 기밀유지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를 보는데도 3년5개월 동안 10억원에 가까운 특활비를 받아 챙겼다.

참여연대는 2015년부터 올해 5월까지 대법원의 특활비 지출내역을 29일 공개했다. 참여연대가 이달 6일 대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지출내역을 받아 냈다.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기간인 2015년부터 특활비가 예산에 포함됐다. 3년5개월 동안 903차례에 걸쳐 9억6천484만원을 받았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에게 특활비가 지급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받은 특활비는 총 2억8천295만원이다. 월평균 690만원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9월22일까지 184회에 걸쳐 2억2천367만원을 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23일부터 올해 5월 말까지 41번을 받았고 총액은 5천928만원이다.

특활비를 받은 기간을 분기별로 나눴을 때 양승태 대법원장의 경우 2015년 3분기가 3천172만원으로 가장 많다. 2015년 8월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시기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당시 특활비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거래 의혹의 중심에 있는 법원행정처장은 3년5개월 간 1억7천900만원을, 월평균 447만원을 받았다. 재판거래 관련 검찰의 집중수사를 받고 있는 고영한 전 처장과 박병대 전 처장이 각각 7천310만원과 5천83만원을 받았다.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지 않았던 대법관 20명에게는 493회에 걸쳐 4억7천300만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대법관 한 명당 매년 1천200만원이다. 시기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개인별로 고정적인 금액이 지급돼 특활비보다는 고정수당 성격이 짙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사건을 수사할 때 실제 수행자가 필요한 시기에 쓰는 것이 원칙이다. 재판업무를 보는 대법관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참여연대는 “직원 격려금이나 경조사비, 또는 회식이나 만찬·접대비용으로 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대법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대법원의 특활비는 전면 삭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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