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휘작가
“싸우는 과정이 절실하게 필요하면 싸워야지요. 내가 왜 싸우는지 자각하면서 자기 인생을 찾아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인휘(60·사진) 작가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지하 2층에서 열린 신간 장편소설 <노동자의 이름으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편소설집 <폐허를 보다>(실천문학사)로 2016년 만해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 장편소설 <건너가다>(창비)를 발표한 이인휘 작가가 새 장편소설 <노동자의 이름으로>를 내놓았다.

이 소설은 현대자동차노조 노동운동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다 1995년 분신한 현대자동차 노동자 고 양봉수씨가 모델이다. 서영호·양봉수 열사정신계승사업회가 기획하고 이인휘 작가가 집필한 일종의 ‘평전소설’이다. 작가는 소설 속 ‘김광주’라는 인물을 통해 노동운동의 연대와 배신·투쟁을 엮어 냈다. 북콘서트는 삶창, 박영진·김종수 열사추모사업회, 서영호·양봉수 열사정신계승사업회가 주최했다.

“노동자가 자기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

이인휘 작가는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정지은씨가 “가장 평범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려 낸 인물 김광주가 소설 속에서 ‘도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고 산다는 게 뭐요’ 하고 질문한다”며 작가의 대답을 물었을 때다.

이인휘 작가는 “가난이 무서운 이유는 가난에 찌들면 상상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라며 “인간이라면 자기 삶을 제대로 살아 볼 수 있도록 깨우치고,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최대한 그것을 잘 풀어 낼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헬조선·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같은 신조어가 생길 만큼 청년들은 사회구조와 노동환경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노동운동과의 접점없이 일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많은 수의 청년들이 알바와 저임금 서비스 업종을 전전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노조는 기득권노조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정지은씨는 “이 소설을 지금 청년들에게 어떻게 권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대답은 어떨까.

이 작가는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 살아오면서 본 것을 썼을 뿐 청년들의 시각을 생각하고 쓰진 않았다”면서도 “노동운동 측면이 아니라 (그 시절) 노동자들이 자기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식으로 짓밟히고 망가지고 무너졌는지, 그걸 뚫고 일어났는데도 어떻게 밟고 밟혔는지를 한번 느껴 보라고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누가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켜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낮은 곳과 함께해야”

이 책을 기획한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의 김대식 정책실장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김대식 실장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얘기를 했다. 그는 “낮은 곳에서 같이 투쟁하지 않는 이들, 낮은 곳에서 어둠의 소리를 듣지 않는 모든 이들이 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귀족의 범위에 현대차 노조가 같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금 현대차 노조가 이런 저런 욕을 먹는 것은 비정규직 투쟁이나 어려운 곳에서 함께하는 힘이 빠지고 있는 지점, 너무 회사와 타협하는 지점들 때문”이라며 “그런 속에서 양봉수 열사를 생각하면서 민주노조를 다시 세우는 각성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평전소설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노래 공연과 시낭송이 이어졌다.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씨가 하모니카와 기타를 연주했고 민중가수 윤미진·박준씨, 시인 정세훈씨가 노래와 시낭송으로 무대를 꾸몄다. 북콘서트는 박준씨와 함께 모두가 <파업가>를 부르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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