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기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 10년을 맞았다. 이 제도는 2008년 7월1일 정부가 어르신의 건강한 노후를 책임지고 중장년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도입 당시 3만여명이던 이용자는 10년 만에 4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몸집을 급격히 키우기 위해 99%를 민간시장에 의존한 결과 많은 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케어'라는 이름으로 문재인 정부가 노인돌봄제도의 판 자체를 바꾸려는 배경이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10년을 돌아보며 커뮤니티케어 과제를 짚어 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1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월 60만원 단시간 불안정 일자리"

현정희 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민간에 의존해 성장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10년이 지난 지금 시행착오라는 말도 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본부장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그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은 노인돌봄서비스 질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라며 "그럼에도 월 60만원 수준의 단시간 일자리에 언제든지 실업상태에 빠질 수 있는 불안정한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민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점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무조건 요양병원(시설)에 입원시킨다는 점이다. 돈이 되는 시설을 중심으로 요양제도가 성장한 탓이다. 집에서 요양하고 싶은 노인들에게 의료서비스나 복지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제공되다 보니 선택권이 없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입원서비스를 강요당하는 '사회적 입원'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요양병원에 1년 이상 장기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은 15만445명으로 전체 노인 환자의 64.6%를 차지한다.

"분절적 돌봄서비스제도, 사람 중심으로 재편해야"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세계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건강돌봄체계가 효율적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지금 같은 민간 중심의 분절적 경쟁체제는 자원 낭비만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진료·간호·재활·요양·복지서비스·일상생활지원을 하나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커뮤니티케어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12일 커뮤니티케어 추진을 공식화했다. 커뮤니티케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한다. 석 교수는 "커뮤니티케어와 시설 요양의 차이는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이라며 "방 한 칸이라도 노인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밥 먹고 싶을 때 먹는 독립적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케어 성공의 열쇠로 돌봄인력 확보를 꼽는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커뮤니티 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커뮤니티케어를 위해서는 지역에 더 많은 인력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1명당 돌봄인력수는 0.44명으로 일본 0.5명, 영국 0.94명, 스웨덴 0.95명에 비해 적은 편이다. 돌봄인력의 임금수준 역시 한국은 전체 산업 평균임금의 34.4% 수준으로 일본(74%)·영국(69.2%)·스웨덴(75.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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