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가 초동 대응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시작한 유가족들은 "구체적인 정부 잘못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상현)는 19일 세월호 유족들이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청해진해운과 국가의 과실로 사건이 발생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국가가 소송을 제기한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은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켰고, 세월호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를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했다"며 "목포해경 123정 김경일 정장은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희생자들은) 세월호가 전도되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전복될 때까지 훨씬 긴 시간 공포감에 시달리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4년 이상 경과한 현재까지도 침몰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 배상과 관련한 분쟁이 계속되는 점, 세월호 사고가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크다는 점도 (판결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국가와 청해진해운이 함께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씩, 친부모들에게는 각 4천만원씩, 희생자 형제자매와 조부모 등에게는 500만원에서 2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희생자들이 생존했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일실수입)도 배상금액에 포함했다. 인정된 손해배상 액수는 723억원으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청구 규모(1천7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소송에는 세월호 희생자 118명의 유족 35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가배상금을 받지 않고 국가의 책임을 법적으로 판단받겠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안산 단원고 희생자에게 1인당 평균 4억2천만원의 배상금과 5천만원의 국비 위로금 지급을 결정했다. 일반인 희생자는 연령과 직업에 따라 기준을 달리했다. 유가족들은 1심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국가의 책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큰 책임을 묻는 2심이 되길 바란다"며 "기업과 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재판 중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의 관제실패 행위·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지휘·항공구조사들이 선내로 진입하지 않은 행위·국가재난컨트롤타워 미작동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희생자들과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 책임을 김경일 정장의 위법행위로 제한해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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