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재판부에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했는데도 재판부가 첫 공판기일 전까지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8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재판 전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임장을 제출했다. 담당판사는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다가 재판 당일에야 변호인 없이 재판을 하자고 했다. A씨는 불이익을 우려해 재판 진행에 동의했는데 결국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변호인 없이 재판을 해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부당하다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담당판사는 “진정인이 법원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정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증거에 동의했으며, 피해자와 합의도 끝나 양형과 관련한 구체적인 주장 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33조1항)은 피고인이 구속되거나 미성년자일 때, 70세 이상·농아자·심신장애 의심이 있는 때, 사형 또는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 해당 사건 기소된 때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담당판사 잘못으로 봤다. 같은 법 33조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씨는 수급자증명서 등 소명자료와 함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했으나 담당판사는 첫 공판기일 전까지 선정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재판부의 이 같은 행위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국선변호에 관한 예규에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법원장에게 “피고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경우 첫 공판기일 이전에 선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각급 법원에 사례 전파와 관련 절차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