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진보성향 지식인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재벌·노동정책 후퇴를 우려하며 적극적인 경제개혁을 촉구했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18일 오전 서울 마포 경의선 공유지 기린캐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선언’을 발표했다. 교수·학자·시민단체 활동가 323명이 참여했다. 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정치적 적폐청산 과제는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개혁은 크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판단해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기를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 재벌적폐 청산 기회 두고 미적거려”

네트워크는 선언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세 바퀴 경제’를 경제정책 기조로 내걸었을 때 큰 기대를 걸었다”면서도 “재벌개혁 관련 핵심법안 제·개정과 관련해 성과가 거의 없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과 건물주의 갑질을 방지할 방안은 시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벌적폐를 청산하고 경제민주화를 정착시켜 ‘세 바퀴 경제’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정부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진과 일자리 소멸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 간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네트워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자회사 방식을 허용하고 다양한 예외를 둬 많은 비정규직을 온존시켰다”며 “정규직화가 이뤄진 경우에도 차별이 해소되지 않아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단축은 조삼모사식으로 시행됐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최저임금 인상 뒤 산입범위를 확대해 실제 효과가 반감됐다”며 “연장근로 제한 정책도 처벌 유예니 탄력근로 확대니 하는 단서를 둬 정책의 당초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벌이 주는 즉각적 경제효과는 마약”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네트워크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두 달여 논의 끝에 최종 발표한 권고안은 세수효과가 1조1천억원밖에 안 되는 찔끔 증세에 그쳤다”며 “게다가 특위 권고안 발표 이틀 뒤에 기획재정부는 그 권고안조차 수용하지 않고 세수효과가 7천400억원에 불과한 정부 개편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는 지난 3일 종합부동산세·금융소득 종합과세·주택임대소득세를 강화하는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이튿날 기재부가 수용 거부 입장을 내놓았다. 네트워크는 “서민·중산층이 아니라 부동산 부자를 안심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개편안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네트워크는 “지금 재벌개혁의 최적기를 맞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경제 관료들의 재벌 봐주기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 중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를 부탁하는 장면을 본 국민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정부가 관료의 사탕발림에 빠지거나 재벌이 주는 즉각적 단기적 효과라는 마약을 먹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더 나쁜 길로 빠지기 전에 경고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을 역사에 남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는 “1년 전에 우리 힘으로 큰 변화를 일으켰는데 (요구가) 잘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여러 가지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리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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