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관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에 소재한 장애인거주시설 노동자가 지체장애인에게 목욕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을 침해했다. 'ㅂ' 시설의 시설장은 장애인 학대를 이유로 인권지킴이단의 회의와 인사위원회를 거쳐 노동자를 해고했고, 지방노동위원회가 "징계사유는 인정하나 해고는 지나치므로 부당하다"고 판정한 사건이 있었다.

과거 장애인에 대한 폭력사건으로 시설장의 강등과 폭력 가해자에 대한 해고조치 전례가 있었던 'ㅂ' 시설의 새로운 시설장은 이번에는 모든 절차를 거쳐 시설노동자를 해고했다. 시설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자 경찰에 그를 장애인 학대로 신고하기도 했다.

외형상 사건은 시설노동자의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한 형사처벌의 경계가 어디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까지 확대됐다.

영화 <도가니>로 인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요구되자 장애인거주시설 노동자는 관련법에 따라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됐다.

장애인 인권 문제가 폭행·성폭행, 감금, 강제노동 같은 범죄행위만이 아니라 입·퇴소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강제로 수용되지 않을 권리), 평등권에 기초한 차별 문제, 생존권에 기초한 의식주 문제, 자유권에 기초한 자기결정권, 사생활 보호, 종교의 자유, 통신의 자유, 투표권 보장 같은 정치적 권리 등 다방면에서 거론되고 있으므로 시설노동자의 인권감수성에 대한 교육은 노동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필요적 전제라 할 것이다.

그런데 'ㅂ' 시설 시설장은 운영규정에 버젓이 존재하는 인사위원회 구성 자격조건을 무시했고, 문구상 징계 절차가 시설장의 임의적 조치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체협약으로 정한 노동조합의 징계위원회 참석 권리조차 부인하며 징계를 단행했다. 'ㅂ' 시설 시설장의 해고조치에 이은 경찰 신고는 시설종사자와 이용인·시설장과 시설종사자 각자에게 얽힌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소위 ‘인권딜레마’라는 현실적 문제를 도외시한 것이다. 사회 소수자로 살아가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이해 없이 형식적·절차적 과정만을 앞세운 관리자의 편의적 사고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심지어 정부 관료 중에는 "협동조합에 노동조합은 필요 없다"거나 "학교비정규직 직접고용 전환은 교육가치와 노동가치 충돌"이라는 해괴망측한 발언을 내뱉는 관리자들의 이와 같은 사고방식에 동조하는 사람까지 있다. 이렇게 전개되는 한국 노사관계가 노동법의 목적인 산업평화와 국민경제 발전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것 같아 마땅찮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