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정부는 그동안 소외됐던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각종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위원회도 활동 중이며, 여기에 노동관계 법령과 제도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제도 개선은 환영할 만하지만 논의되는 몇 가지 사항은 우려스럽다. 그중 하나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다. 부당노동행위란 사용자가 노동 3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며 위반시 2년 이상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많은 쟁점들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중 하나가 ‘입증책임 전환’이다. 현재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고 노동관서의 기소의견 송치율도 10%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기소율은 물론 유죄율은 더 형편없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밑바닥을 기고 있는 인정률 때문에 ‘구제’ 측면에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고, 밑바닥 인정률의 원인을 입증책임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은 일반 민사절차에 의해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 사람, 즉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에게 있다. 이를 노동관계의 특수성(사용자의 우월적 지위 및 대부분의 증명자료를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웬 ‘갑툭튀’?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형사처벌을 삭제하자는 말이 나온다. 말인즉슨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넘겨야 하는데 형사절차에서는 범죄사실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니(법체계상 입증책임에 대한 충돌이 있으니) 형사처벌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낮은 이유를 왜 다른 국가기관(검찰)에게서 찾는 것이지? 물론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낮은 여러 이유 가운데 입증책임 주체에 대한 충돌이 있다.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낮은 이유는 그거 말고도 차고 넘친다. 판정 절차에 노사관계의 특수성과 현장성 배제(노사위원의 판정권 배제), 공익위원 및 조사관의 부당노동행위 제도에 대한 지극히 낮은 이해도(전문성 부재), 노동위원회의 소극적인 조사권 행사 등 노동위원회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만약 두 법체계 충돌이 있어 하나를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면, 나는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를 과감히 포기하라고 할 것이다. 2007년 참여정부가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했다. 그때 정부의 논리가 형사처벌 규정이 있어 봐야 부당해고를 막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당시에 부당해고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어서 “법체계 충돌”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07년 이후 부당해고 인정률이 좀 올랐나? 오히려 근대 노동법 핵심 규정(해고 제한)의 무력화가 가속됐다. 이제 한국은 해고를 맘대로 할 수 있다. 일단 해고를 하고 4~5년 걸려 부당해고로 결정이 되면 “미안~” 하면 끝이다.

인간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갉아먹지 말자는 반성으로 우리 인간들은 ‘근대’의 세계로 진입했다. 그리고 ‘돈’ 때문에 인간을 야만의 세상 속으로 밀어 넣지 말자고 노동법을 제정했다. 노동법의 핵심 사항 중에 해고 제한,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공격 제한 등이 있다. 그런 행위는 폭력처럼 야만적이니 형벌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2007년 참여정부가 저 가운데 하나를 풀었던 것이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삭제 소문이 뜬소문이길 기원한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저 나머지 하나를 푸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노동존중 사회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로 세워진 정부가 야만의 세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어떻게 보고 있어야 할지, 얼마나 슬픈 장면이 될지 가늠조차 안 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