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9 토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기덕의 노동과 법
최저임금 유감
▲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 최저임금을 시급 8천350원으로 의결했다. 최근 부쩍 사용자 자본과 이를 대변하는 보수언론의 공세가 몰아쳤다. 문재인 정부 경제부처에서 이에 동조하는 속도조절론이 나오던 터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보다는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됐었다. 올해보다 15.3% 인상된 8천680원(노동자위원안)과 10.9% 인상된 8천350원(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쳐, 사용자위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추천 포함) 노동자위원 5명이 이날 회의와 투표에 참석해서 공익위원안이 다수로 가결된 것이다. 최저임금 논의에 참여한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은 1차 수정안이자 최종안이었던 시급 8천680원이 관철되지 못한 데 실망감을 표출했고,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최악의 인상률”이라며 비난했다. 표결 직후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위원들 간 토론에서 고용사정이 좋지 않고, 지금 상황에서 빠른 시일 안에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언론에 브리핑했다. 결과로 보자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먹혔다고 볼 수 있다.

2. 이 나라에서 최저임금은 사실상 정부 의지대로 결정돼 왔다. 노·사·공익위원들의 합의가 아니라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돼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권력의 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촛불시민혁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자신의 일로 평가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최저임금위의 2019년 최저임금에 관한 의결이 나온 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2019년 최저임금(8천350원)에서 무려 19.76%(1천650원)를 올려야 한다며 공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분석한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노동자를 위한 공약이었다. 소득주도 성장,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하겠다며 내건 문재인의 주요 노동공약이었다. 이대로라면 2020년 이후로 그 달성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경제·고용사정으로 1년 정도 미룬다고 해서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할 것인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지지도 추이로 보자면, 우리 국민이 그럴 가능성은 낮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2021년까지 달성하겠다고 해도 지연됐다고 비난할 가능성은 낮다. 분명히 오늘은 그만큼 속도조절론이 먹히고 있는 세상인 것이다. 오히려 2020년 이후에도 “고용사정이 좋지 않고, 지금 상황에서 빠른 시일 안에 회복하기 어렵다”며 여전히 속도조절론이 위력을 떨치면서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을지 모른다고 염려해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분명히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이 지체되고 있건만 말이다. 우리 노동자들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다.

3. 사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게 됐다.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시킴으로써 상여금과 복리후생명목 임금을 지급받는 대다수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없이도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달성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최저임금법령상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전제하고서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것이었지, 산입범위를 확대해서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하지 않았다.

이러한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이 시행되면, 심지어는 최저임금위에서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하지 않아도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되게 생겼다.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이 아닌 상시근무 노동자의 경우 상여금과 복리후생명목의 제 수당을 지급받는 게 일반적인데,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저절로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심지어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되는 일도 일어나게 된 것이다. 최저임금위를 통해서는 아니지만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되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니, 이런 일을 당하는 노동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최저임금법 개정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신의 임금수준이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가 노동자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에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다. 빌어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라고 비난해야 할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산입범위를 확대해서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지난 촛불대선에서 그런 공약을 하는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듣지 못했다. 2024년부터는 예외 없이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명목 제 수당이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라서 대기업 정규직의 고임금 노동자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런 황당한 일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우리 노동자들이 당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유감의 말을 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산입범위 확대를 당연히 전제하고서 최저임금위는 2018년보다 낮은 인상률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한 것이니 우리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감사가 아닌 유감을 표해야 마땅한 것이겠다.

4. 경총 등 재계는 두 자릿수 인상률에 반발했고,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논평을 내고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뤄진 결정”이라며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비난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어 폐업하는 일이 속출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던 터라 오늘 고용절벽의 현실은 근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게 될 지경이었으니, 이런 사용자 자본의 반발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단지 산입범위를 확대한 법 개정이 있었고 10.9%의 인상이 있었음에도 이렇게 반발한다는 것이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을 뿐이다. 시급·일급·주급·월급의 기본급만 지급하는 사업장의 사용자라면, 산입범위를 확대해도 해당 사업장 노동자의 최저임금액은 증가될 것이 없으니, 조금은 납득할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할 최저임금을 이런 사업장 사용자의 사정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겐 불행이다. 열악한 중소·영세 사업장, 사실상 자영업자인 소상공인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그들에겐 불행일 것이다. 임금이 낮으면 낮을수록 자신들의 몫이 반비례로 증가하게 될 것인데, 이를 방해하는 최저임금 인상은 낮을수록 그들에겐 행복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들을 대변했던 것인가.

경총 등 재계가 그들을 내세워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며 최저임금위 심의에 불참하고 그 결정을 비난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이 나라에서 재계가 그들의 이해를 대변했단 말인가. 경총 등 이 나라의 재계란 대기업·재벌의 다른 이름인 양 노동문제에 대응해 왔다. 대한민국에서 중소·영세, 소상공인은 대기업·재벌과 이해를 같이하지 않는다. 오늘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처지는 대기업·재벌과 이해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소상공인인 편의점주는 대기업·재벌의 수탈 대상이 된 지 오래고, 대기업·재벌 등 자본에 대해 노동자만큼이나 이해관계에서 대립적이다. 수탈의 실체를 외면하고서 알바 임금 탓을 하고 있는 것이 오늘 이 나라에서 최저임금 논의 수준인 것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은 알바 임금 탓을 하면서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5. 대기업·재벌의 횡포로부터 보호해서 그 수탈을 막아 줘야 하는 것, 마땅히 권력이 해야 할 일이다. 헌법과 법령은 권력이 그 일을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고, 오늘 이 나라에서 소상공인은 약간의 알바 임금 인상에도 벌벌 떨어야 할 만큼 열악한 처지에 내몰렸다. 그것이 경총 등 재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하는 데 그들의 대변자로 자처하게 만들고 말았다. 정말로 재계가 그들의 대변자라면 재계의 대표하는 재벌·대기업이 중소·영세, 소상공인의 몫을 자신의 이윤으로 빼앗아 가는 수탈을 막을 대책을 당장 마련해서 시행해야 한다. 그것이 최저임금에 이해를 같이하는 동지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는 그걸 본 적이 없다. 자본은 스스로 자신의 몫을 결코 나누지 못한다는 걸 봤을 뿐이다. 그래서 그러한 수탈을 방지하는 것은 권력의 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바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서 재계가 편의점주 등 소상공인의 대변자로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할 때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 이행을 위해서라도 소상공인을 위해서 수탈자를 수탈하는 대책을 밝히며 공세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그 일을 하는 것이, 박근혜 심판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함께한 이 나라 노동자들을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노동존중 사회 실현에 한 걸음 다가가는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2018-07-17 10:45:44

    공산주의 빙의해서 내 인생 망한건 돈가진넘들 때문이에요 징징대는 고졸 인생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