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8천350원으로 결정된 뒤 저소득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을 대 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정부가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 첫 주자는 공정거래위원회다. 중소 상공인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계약, 원·하청 불공정거래에 있는 만큼 본질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 도입, 가맹본부와의 협의권 강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는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과 협의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점주들이 단체를 만들어 가맹본부와 협상을 하려고 해도, 가맹본부가 단체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정거래위는 앞으로 공정거래위에 신고된 가맹점주 단체가 가맹금을 비롯한 거래조건과 관련해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가 일정 기한 안에 반드시 협의를 하도록 의무화한다.

가맹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행사는 가맹본부가 사전에 점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해 '비용 떠넘기기' 관행을 개선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는 하반기에 가맹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조사도 강화한다. 공정거래위는 최근 외식업·편의점 분야 6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광고·판촉비용 전가행위, 물품 강제구입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공정거래위는 또 200개 대형 가맹본부와 이들과 거래하는 1만2천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해서 가맹시장 내 법 위반 실태를 살펴본다. 공정거래위는 17일부터 개정 가맹사업법이 시행되고, 올해 초 개정된 표준가맹계약서가 널리 사용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 부담이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 영업지역을 점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개정 표준가맹계약서 사용시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가맹금 인하를 요청할 수 있다. 가맹본부는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는 개정 표준가맹계약서 사용을 확산시키기 위해 공정거래협약 평가요소 중 표준계약서 사용 배점을 높이고, 업종별 사용현황을 파악해 공개한다.

최저임금 오르면 하도급대금 조정 가능

공정거래위는 이와 함께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정 하도급법에 따르면 중소 하도급업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거나 전기요금·임차료 등 각종 경비가 오를 경우 원사업자에 하도급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원유·철광석 같은 원재료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만 가능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이 "공급원가 상승분이 하도급대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인건비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이 48%였다.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에 대금 증액을 요청하기 어려운 만큼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증액을 요청할 수도 있다. 다만 협동조합의 대리 요청은 공급원가 상승 정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로 한정된다. 예컨대 인건비가 하도급액 10% 이상을 차지하고, 최저임금이 7% 이상 인상했을 때나 재료비·인건비·경비 상승액이 잔존하는 하도급일감에 해당하는 대금의 3% 이상일 때다.

개별 하도급업체는 공급원가 상승 정도에 관계없이 직접 원사업자에게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 대금 증액을 요청받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거나 10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제재조치를 받는다. 하도급업체들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설치된 10개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납품단가를 증액받을 수도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하도급과 가맹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양극화 문제와 중소 상공인 문제를 푸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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