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군 변호사(법무법인 민국)

월드컵이 끝났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3패로 탈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세계 1위 독일을 맞아 극적인 승리로 감동을 선사했다. 심판까지 독일팀에 편향적인 판정을 내리며 대표팀을 어렵게 했으나, 그러한 판정마저도 이겨 내는 눈물겨운 투혼으로 꽤 오랫동안 회자될 만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이라는 영상판독 시스템이 사용됐다. 월드컵에서는 처음 사용되는 VAR에 대해 강팀과 유럽팀에 유리하게 비디오 판독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디오 판독 권한이 심판에게 주어져 심판이 강팀에게 유리한 상황만 VAR 판독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 팀 또한 예선 두 경기 동안 VAR이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에만 적용됐다. 이는 패배로 이어졌다.

과학기술에 의존한 객관적으로 보이는 제도 또한 이를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얼마든지 가치가 달라진다. 스포츠는 일견 공정한 룰 속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야 하는 것이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지지만, 정치권력·자본·인기 등의 요소가 뒤섞여 암묵적인 유불리가 고착돼 있는 잔인한 무대이기도 하다. 가끔 그조차도 극복하는 모습이 감동을 주긴 하지만 편향된 룰의 적용은 스포츠의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독으로, 언제나 감시와 비판의 핵심이 돼야 한다.

최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한 관계자 구속영장 청구 13건 중 11건이 기각됐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률이 2017년 25.1%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 볼 때 무려 85%에 달하는 기각률은 법원이 삼성 관련 사건에서 다른 사건과 다르게 편향적인 법 적용을 하지는 않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원은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고 염호석씨 시신탈취 사건의 브로커 이아무개씨와 브로커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6억원을 수령하고 시신탈취를 용인한 부친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또한 기각했다. 검찰은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검찰조사 내용을 삼성측에 보고하는 등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황을 포착하고 체포했으나,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도 노동자를 구속했던 전례에 비춰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단순히 법 적용에 편향이 있다는 의심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 설마설마했던 재판거래 정황들은 사법부 존재 이유를 무색케 한다. 뼈를 깍는 고통을 감내하고 자신들의 공정함을 보야야 할 이때, 법원은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하며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대법원은 시민들이 사법농단에 항의하던 바로 그 자리에 보란 듯 대형화분을 설치했다. 사법부의 망가진 신뢰와 그로 인해 망가진 삶들이 화분으로 가려지진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