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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하후상박 연대임금·재벌개혁 실현하자"전국 12만 조합원 하루 6시간 파업 … 3만명 상경해 '현대차 포위' 농성
   
▲ 정기훈 기자
공장 쇳소리를 듣는 게 일상이던 노동자 3만여명이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를 에워쌌다. 한 걸음씩 나아가며 “현대차는 나와라”고 외쳤다. 지난 13일 오후 5시께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 조합원들의 행렬이 현대차그룹 본사를 포위했다.

재벌 심장부를 둘러싼 노동자들은 본사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곳곳에 연두색 출입저지선을 세웠다. 뒤편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력을 배치했다. 노동자들은 힘을 모아 굵은 밧줄로 방해물을 쓰러뜨렸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안간힘으로 밀고 나갔다.

노조는 이날 하루 총파업을 했다. 전국 144개 사업장에서 12만여명의 조합원이 하루 6시간 일손을 놓았다. 노동자들은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위한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 △상시·지속·생명·안전업무 정규직 전환 △금속산업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했다.

"산별교섭으로 재벌체제에 한 방을"

파업 조합원의 4분의 1이 상경했다. 노조 수도권·충청권 조합원 8천여명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 적폐 세력 퇴진·피해 원상회복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박근혜 정부 대법원의 콜트콜텍·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판결,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판결, 조직형태 변경과 관련한 발레오만도 판결을 사법농단 피해 사례로 꼽고 있다.

신승민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대법원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길을 막고, 권력 입맛에 맞는 판결로 콜텍노동자 해고를 정당화했다”며 “갑을오토텍 노동자 임금을 훔쳐 자본에게 수백억원을 챙겨 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장 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항지부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주노총 가입 노동자들이 늘자 포항공장과 광양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무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반복적인 위험의 외주화로 올해 들어서만 포스코 비정규 노동자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은 “포스코는 무노조 경영 50년을 중단하고 하청노동자들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최근 금속노조 산별전환을 결정한 대우조선노조는 서울 계동 현대빌딩 본관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각각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올해 초 희망퇴직을 한 데 이어 해양사업부 가동중단을 선언한 회사에 고용안정대책을 요구했다. 대우조선노조는 산업은행을 상대로 "경영 간섭을 중단하고 노사 자율교섭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노조 울산지부는 정리해고를 예고하며 단체협약을 해지한 고강알루미늄을 규탄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2차 총파업도 자신 있다"

서울 각지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오후 4시를 전후해 양재동 aT센터 앞에 모였다. 노동자들은 인근 현대차그룹 본사 쪽으로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1시간 후 본사를 포위했다. 노동자들은 현대차에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 진입을 시도했다. 출입저지선을 떼어 내고 경찰과 몸싸움까지 했지만 본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저녁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같은 장소에서 본대회를 열었다. 현대차 본사와 맞은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건물 사이로 난 헌릉로에 빨간 천으로 두른 무대가 마련됐다. 대회 명칭은 ‘적폐청산 산별교섭 쟁취 금속노조 7·13 총파업대회’. 단상 위 현수막 왼쪽에 포스코·삼성·현대·기아차의 기업 로고가 새겨졌다. 땅을 뚫고 솟구친 노동자의 주먹이 회사 이름에 ‘한 방’을 먹이고 있었다. 300여개의 파란색 노조 깃발이 줄지어 무대 앞쪽으로 등장했다.

사회를 맡은 황우찬 노조 사무처장이 대회 시작을 알렸다.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난타공연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무대 뒤 aT화훼공판장 너머로 석양이 졌다. 무대 주변에 깔린 어둠이 북소리를 멀리 실어 보냈다.

김호규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나보다 못한 중소기업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해 ‘적어도 함께 살자’는 취지로 하후상박 연대임금과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 자본이 기본적인 면담요구조차 거부해 노사 논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파업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라고 배웠고, 오늘 우리는 1차 총파업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고 승리했다”며 “18만 조합원의 명을 받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통일요구안조차 거부하는 사측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발언 도중 “2차 총파업 자신 있죠?”라고 묻자 조합원들은 “투쟁”이라고 답했다.

"현대차지부가 반드시 확약서 받을 것"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사를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여당에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를 담은 15만7천626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촛불시민이 나라를 구했듯 금속노동자의 투쟁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적폐인 재벌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며 사회개혁의 주체는 노동자임을 정확히 알려내고 있다”며 “오늘 금속노조가 자본의 심장부 현대차 앞에서 재벌적폐 청산의 첫발을 내디딘 만큼 민주노총도 하반기 총력투쟁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부 확대간부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주제로 민주노총이 제작한 노래 <이 돈으로 살아 봐>에 맞춰 몸짓을 선보였다. 신규가입 조직과 장기투쟁 사업장을 소개하는 영상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김득중 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함께 살자 투쟁만 9년째 함께해 주신 동지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고 말문을 뗐다.

“지난달 27일 서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국가 폭력과 손해배상·가압류, 사법부의 재판거래가 없었다면 30명의 해고자와 가족은 죽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정리해고제도가 가정을 무너뜨리고 인간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복직을 넘어 정리해고제도가 사라질 때까지 여러분들과 투쟁하겠습니다.”

하부영 현대차지부장은 투쟁사에서 “경찰이 막고 재벌의 문전박대로 본사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6시간 총파업이 부족하다면 1박2일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현대차지부가 앞장서 현대차의 노사공동위 참여 확약서를 반드시 받아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는 금속노조가 제창과 상징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총파업 투쟁으로 산별교섭 쟁취하자”는 구호에 맞춰 각자 손에 들고 있던 흰 풍선을 일제히 터뜨렸다. 풍선에는 “적폐청산 산별교섭 쟁취”라고 적혀 있었다.

노조는 8월 중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조만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일정을 확정한다. 16일부터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금속산업노사공동위 참여를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간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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