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남양공업㈜이 직위를 이용한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홍아무개 대표이사다. 피해자들은 최근 경찰조사에서 홍 대표가 신체 주요부위를 만지는 등 수년간 성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홍 대표는 “신고한다”는 피해자들의 말에도 “남자끼리는 만져도 괜찮다”며 성추행을 계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한다, 잡혀간다 해도 성추행 계속”

11일 남양공업노조(위원장 조제현)에 따르면 남양공업 홍아무개 대표가 수년간 남성 직원들을 성추행했다. 노조 대의원 A씨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홍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임금협상을 위한 상견례 자리에서 홍 대표가 악수를 나누던 중 가운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긁고 엉덩이를 때렸다. 당시 A씨는 처음 당하는 행위에 불쾌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홍 대표의 성추행 수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졌다. 지난해 7월 임금교섭 불발로 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두 번째 성추행이 발생했다. 홍 대표는 지방노동위 권고사항을 접수받고 나오며 인사하는 A씨의 신체 주요부위를 손으로 잡고 만졌다. A씨가 “신고한다”며 불쾌감을 표했지만 홍 대표는 사과 없이 가 버렸다. 그리고 올해 2월 A씨는 공장 현장순회를 돌던 홍 대표에게 세 번째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이렇게 하면) 잡혀간다”며 항의했지만 대표는 “남자끼리는 만져도 괜찮다”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A씨만이 아니다. 최근 경찰은 홍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인지하고 피해자 6명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노조에 홍 대표에게 두 차례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관련 진술서는 경찰에도 제출됐다. 홍 대표는 지난해 8월께 현장순회 도중 B씨가 일하는 라인에서 B씨의 신체 주요부위를 만졌다. B씨는 “같은 공정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이를 목격했다”며 “수치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며 당시 상황을 고백했다.

C씨도 노조에 성추행과 관련한 진술을 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C씨가 홍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은 2014년이다. 현장순회를 하던 홍 대표가 C씨의 신체 주요부위를 손으로 잡았다. C씨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분을 삭였다”며 “2015년에도 같은 일이 발생했고 성희롱으로 신고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비웃으면서 다른 곳으로 현장순회를 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에 또다시 추행을 당한 뒤 대표가 현장순회를 한다는 소문이 있으면 피했다가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 사과 요구하자 대표 "명예훼손" 반박

노조는 지난 5월 말 홍 대표와 면담을 갖고 성추행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조제현 위원장은 “면담 당시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표는 도리어 자신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며 “대표의 성추행은 회사 직원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며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와 대화하고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는 관리직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5월21일 노조가 소식지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린 뒤 내사에 들어갔고 5월 말부터 피해자 조사를 시작했다. 조 위원장은 “이달 초에 피해자 조사가 끝났고 이번주에 홍 대표를 불러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홍 대표 조사 여부와 관련해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양공업은 2014년 ‘전라도 출신 지원 불가’ 채용공고를 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홍 대표는 당시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면담에서 “호남인들에게 큰 상처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인력파견업체 실수라고 하더라도 관리책임은 남양공업에 있다”며 사과했다.

홍 대표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남양공업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며 해당 내용과 관련해 파악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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