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8.5.18. 선고 2017누74698 판결

1. 사건의 개요

망인은 2011년 9월1일 A정밀에 입사해 금형조립 업무를 했고, 2013년 1월께 생산부 차장으로 승진해 생산직원을 지시·감독하는 업무도 하는 동시에 종전의 생산 업무도 수행했다. 망인은 2015년 1월15일 업무시간 중 뇌실질내출혈이 발병해 쓰러져 1월19일 뇌부종으로 사망했다. 망인의 근무시간은 1일 8시간, 1주 6일 근무(일요일과 둘째·넷째 토요일은 휴일)로 정해져 있었으나, 통상적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이하 통칭하는 경우 ‘초과근로’라고 한다)가 빈번했고, 다만 2014년 11월께부터는 물량이 감소해 초과근무가 크게 감소했다. 기초질환으로는 고지혈증·경계치혈압 전고혈압이 있었는데 2014년 8월께 협심증 진단을 받아 3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받고 1일 3회 처방약을 복용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망인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관해 ① 2012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2년7개월간 수시로 10일 이상 휴일 없는 연속근무 등 만성적 초과근무를 하고 ② 금형 제작업무는 좁은 곳에서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수행해야 하고 절삭유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므로 이로 인한 스트레스에 만성적 초과근로가 지속돼 신체적·정신적으로 과중한 부담을 받았으며 ③ 망인이 생산부서 책임자였으므로 직무부담이 높았고 2014년 9월부터 수주물량이 감소해 스트레스가 가중됐고 ④ 2014년 11월부터 근로시간이 다소 줄었다고 해도 그때부터 발병 이전까지 만성적 초과근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망인의 고지혈증·고혈압·협심증에 관해 만성적 초과근로가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협심증 진단 이후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했고, 과로가 계속돼 협심증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대상판결은 망인의 근로시간이 사망 3개월(12주) 전에 감소했더라도 그 이전에 초과근무를 한 기록과 그 외 업무상 스트레스를 근거로 만성과로에 해당함을 인정했다. 또한 기초질환 존재를 들어 업무와 발병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본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3. 만성과로 인정에서 12주 이전의 과로와 스트레스도 고려돼야 한다

1) 쟁점의 정리

대상판결에서 쟁점은 망인의 뇌실질내출혈 발병 전 12주 이내의 근무시간이 현저하게 적은 경우에 법원이 만성과로를 판단함에 있어 어느 기간까지를 놓고 망인의 과로 여부를 판단할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었다.

구체적으로 망인은 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47시간, 발병 전 4주간 1주당 평균 38시간을 근무했으며, 발병 전 1주일간 42시간을 근무해 고용노동부 고시(2013-32호)상 만성과로 인정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망인은 2012년 2월21일부터 그해 말일까지 315일 동안 281일을 근무하고 34일을 쉬었다. 2013년의 경우 365일 중 312일을 근무하고 53일을 쉬었고, 2014년은 365일 중 304일을 근무하고 61일을 휴일로 쉬었다. 휴일 없이 연속해 10일 이상 근무한 경우가 매우 잦았고, 평균 주 3~4회 연장근로·야간근로를 했다. 망인의 근무시간은 2012년 2월21일부터 2015년 9월30일까지 약 32개월간 8천270시간이었는데, 1주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59시간이다(8천270÷32개월÷ 4.34주).

2) 규정의 검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는 업무상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위임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34조1항 및 별표3을 보면 과로와 스트레스를 그 기간에 따라 돌발과로·단기과로·만성과로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재해자가 그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상병을 업무상질병으로 본다고 정한다. 구체적으로 산재보험법 시행령상 만성과로란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유발한 경우다.

법 시행령은 뇌심혈관계 질병 인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해 노동부 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을 살펴봐야 한다. 이 사건 고시를 보면 만성과로는 “발병 전 3개월 이상”의 근무내역을 기준으로 한다고 정해 최소 3개월 이상의 근무시간과 근무형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어서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성별·건강상태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정했다.

그런데 업무시간에 관해서는 ①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고 ②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서서히 증가하고, 야간근무(야간근무를 포함하는 교대근무도 해당)의 경우 주간보다 더 많은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3) 발병 전 12주 이내의 업무시간만 따져야 한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

지금까지 근로복지공단은 만성과로의 경우 발병 전 12주 또는 4주의 기간만을 기준(양적기준)으로 판단했고, 노동의 질적인 요소는 거의 고려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을 넘지 못하면 업무상질병으로 거의 인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망인이 만성과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발병 전 12주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근무내용도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 이 사건 고시는 발병 전 12주 이내의 근로시간만을 따져서 만성과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발병 전 ‘3개월 이상’의 업무시간을 고려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 고시는 발병 전 24시간 이내의 요인을 근거로 돌발과로를 판단하고, 발병 전 1주 이내의 요인을 근거로 단기과로를 판단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보더라도 만성과로는 발병 전 3개월 이상의 만성적인 근무실태를 기준으로 판단돼야 하는 것이다. 다만 실무적인 편의상 발병 전 4주 또는 12주 이내의 근무시간이 일정기준을 초과한다면 업무와 관련성이 강하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발병 전 12주 이내의 과로만 봐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산재보험법 시행령과 이 사건 고시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4. 제언-근로복지공단 지침의 변화 필요성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고시상 업무시간 기준을 업무상재해 인정 기준이 아닌 배제의 기준으로 활용해 왔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고시가 개정돼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고 7개의 업무부담 가중요인(교대제근무 등)이 있다면 업무와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야간근로를 주간에 비해 30% 가산하는 것으로 정했으나, 업무시간 기준을 위주로 여전히 배제의 기준으로 활용한다면 산재보험법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의 취지와 노동부 고시의 취지를 살리려면, 근로복지공단은 만성과로의 경우 ‘3개월 이상’의 근무내역을 전반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발병 전 4주·12주를 조사하는 것은 만성과로가 있는지를 예시적으로 살펴보는 것에 불과하다. 만성과로는 그야말로 ‘만성적’인 과로인데 발병 전 12주만 조사하는 것은 고시의 내용에 정면으로 반하고 ‘만성’의 사전적 의미에도 맞지 않다.

아울러 근로복지공단은 개정 고시에서 정한 바와 같이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곧바로 업무와 상병 간의 관련성을 배제해서는 안 되고, 고시가 제시하고 있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일곱 가지 업무부담 가중요인 중 몇 가지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거니와, 한 가지에 해당하더라도 그 정도가 어떠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고시에서 언급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한 가중요인을 재해자의 업무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적극적으로 조사·판단돼야 한다. 노동부 고시는 업무상재해의 당연인정 기준이 돼야지, 배제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