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할머니 난 간호사가 천직인가 봐요. 병원에 가면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더럽다고 싫어하잖아. 그런데 난 그런 분들을 보면 안쓰럽고, 더 잘해 주고 싶고 그래."

고 박선욱 간호사가 생전에 할머니와 통화한 내용이다. "간호사가 천직"이라고 했던 그는 입사 6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음 뒤에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부실한 신입간호사 교육시스템이 있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아산병원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공동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장시간 노동과 시간외수당 미지급으로 임금체불이 만연한 반면 신규간호사 교육에 대한 관리나 안전보건조치는 부재했다.

공동대책위가 제시한 경찰 조사보고서를 보면 서울아산병원의 초과근무 실태와 신규간호사 교육시스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병원 관계자는 "초과 업무에 대한 합당한 임금을 받냐"는 질문에 "(수당) 그런 건 없다. 전산에 오버타임(초과근무)을 기록하도록 돼 있지만 수간호사가 '쓰고 가'라고 해야 쓸 수 있다. 가끔 쓰라고 한다"고 말했다.

고발장을 작성한 이경재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병원측은 고인이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며 개인적인 자살로 몰고 간다"며 "이번 사건을 개인사로 치부하면 제2·제3의 박선욱 간호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채수용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장은 "아산병원은 연매출이 1조원이 넘고 순이익은 1천억원에 이르는데 순익 대부분이 건물을 짓기 위한 적립금으로 들어간다"며 "고 박선욱 간호사의 꿈을 짓밟고 목숨을 앗아 간 현장인 서울아산병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