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
"노동자들이 일하다 손과 다리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는데도 산업재해가 아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현행 기준대로라면 그렇습니다. '휴업 3일'이 넘지 않게 출근 도장만 계속 찍으면 산재발생 보고를 안 해도 되기 때문이죠. 현장에서 산재발생 보고기준을 악용해 산재은폐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합니다."

9일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가 <매일노동뉴스>에 제공한 동영상을 보면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왼쪽 팔에 깁스를 한 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으로 힘겹게 들어선다. 또 다른 사진 속 남성은 오른손에 깁스를 한 채 현대중공업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사진 참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출근길에 촬영한 것이다. 영상을 촬영한 지부 관계자는 "매일 출근선전전을 할 때마다 깁스를 하고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있어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직접 확인한 결과 일하다 다친 산재노동자였다"고 전했다.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일어난 71건의 산재은폐 의심사건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고발했는데 그중 11건이 이렇게 깁스를 한 채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뒤따라가 확인한 사건들이었다. 적지 않은 노동자가 깁스를 하고 출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4조에 따르면 산재로 노동자가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나 질병에 걸릴 때만 노동부 지방관서에 산재발생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며 "사용자들이 이 기준을 악용해 산재은폐를 하기 위해 아픈 노동자들에게 출근도장을 찍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고발한 71건의 산재은폐 사건 가운데 울산지청은 10건에 대해서만 산재 미보고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나머지 61건 가운데 상당수는 휴업 3일 이하로, 산재발생 미보고 처벌 규정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미향 사무국장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재인정 기준을 요양 4일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도 산재발생 보고기준을 2014년 7월 개정 이전처럼 요양 4일 이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