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규 공공운수노조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사무장

아이쿱생협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동탄압이 점입가경이다. 윤리적 소비를 자랑하던 회사는 부끄러운 줄 모른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전매특허인 공안정국을 연상시킨다. 노조로부터 회사를 지키자는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던 사측의 시계는 어느 시대에 맞춰져 있는 것일까.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아이쿱생협은 한국 굴지의 생활협동조합이다. 조합원 25만명이 출자했고 매달 1만원의 조합비를 낸다. 조합원은 자연드림 판매장에서 친환경 안전한 먹거리를 주로 구매한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생협의 생산과 물류기지다. 협동조합이라고 하지만 17개의 주식회사로 분사된 공방(공장)에서 라면·과자·빵·육가공품 등을 생산한다. 물류센터도 갖추고 있다. 절반 정도의 공방은 억대의 돈을 투자한 ‘오너십’을 가진 소사장이 운영한다. 아울러 숙박시설과 식음료파트·체험·견학을 비롯한 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생협 조합원이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다. 출자자로서의 자부심과 공동체의식이 다져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성공모델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회사는 연간 10만명의 방문객이 온다고 선전한다.

구례자연드림파크 직원은 530명이다. 이곳은 엄연히 노동자와 사용자가 있고 임금노동이 존재한다. ‘협동의 경제’를 말하지만 이곳에도 갑이 을을 지배하는 자본주의적 질서가 있다. 지난해 7월 공공운수노조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를 설립하기 전부터 사측은 노조 냄새를 맡고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사측의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조합원들에 대한 사측 면담으로 노조탈퇴가 줄을 이었다.

사측은 엉터리 조사보고서를 만들어 징계를 반복하고 노동조합을 범죄집단으로 몰아 조합원 개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서 심리검사와 상담을 한 결과 지회 조합원 대다수가 스트레스지수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33명이던 조합원이 지금은 14명이다. 작업장에는 두려움이라는 짙은 안개가 노조가입을 막는다. 해고·정직·직위해제·전환배치·대기발령이 반복됐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그동안의 징계가 모두 부당징계로 인정되고 원직복직 판정이 났다. 사측이 검찰에 조합원들을 고발한 사건도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사측은 미친 소처럼 멈추지 않는다.

5월 초 대기발령 중인 핵심 조합원 5명에게 사측이 충북 괴산으로 발령하겠다고 처음 언급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 불과 얼마 전인 4월21일 노조 광주전남지부에서 대규모 집회를 기획했을 때 사측이 상생합의문을 제안했고 이를 노조가 수락했기 때문이다.

대기발령과 무급휴직을 중단한다는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5월30일 충북 괴산으로 발령이 났다. 우리는 연차를 사용하며 버티다가 지방노동위 조정을 거쳐 쟁의권을 얻어 내고 현재 파업으로 사측과 맞서고 있다.

아이쿱생협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생산자들을 동원해 민주노총 앞에서 관제데모를 연상하게 하는 집회를 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아직도 사측은 기관지를 통해 효력을 상실한 범죄집단 프레임을 씌우고 치졸한 소설로 직원과 생협 조합원들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

아이쿱생협 활동가 조합원들이 이룬 지역사회 기여는 높이 평가받을 부분이 많다. 하지만 중앙의 권력은 민주적이지 않다. 법인등기에 등재되지 않은 실세가 아이쿱생협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어둠 속에 존재하는 권력은 빛을 두려워한다. 그 권력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존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모든 게 그로부터 시작됐다.

남은 조합원 14명이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이들은 어두운 권력이 안주하던 장막을 걷어 내고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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