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불법파견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9일 오전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노조가 지난 4일 정현옥 전 노동부 차관·권영순 전 노동정책실장 등 노동부 전·현직 고위공무원을 포함한 1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지 닷새 만이다. 노조는 피고발인 전원을 공무상비밀누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일부 인사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도 포함시켰다.

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지난달 30일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감독 과정에서 노동부 고위공무원의 부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노동부, 삼성측에 불법파견 은폐 조언 … 직무유기”

검찰 조사에서 나두식 지회장과 오기형 지회 정책위원은 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여부를 조사할 당시 노동부 고위직들이 조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 수시근로감독을 했다. 당시 감독을 총괄했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그해 7월19일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나흘 뒤 노동부는 수시감독기간 연장 결정을 내리고, 같은해 9월6일 “적법도급”이라는 뒤바뀐 결론을 발표했다.

지회는 “최종 결론이 나기 전인 그해 8월9일 정현옥 전 차관은 ‘사건의 원만한 수습을 위해 삼성측의 개선안 제시가 필요하다’며 권영순 전 실장 등이 삼성전자 핵심 인사와 만나도록 했다”며 “노동부가 삼성측에 빠져나갈 구멍을 알려 주기 위해 문건을 준 정황도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이날 검찰조사에서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주장했다. 오기형 정책위원은 “피고발인들은 애초 예정된 근로감독기간 동안 불법파견 행위를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삼성과 협상을 해 불법파견 지표를 은폐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고 비판했다. 오 정책위원은 “피고발인들은 공모해 근로감독관들이 감독업무를 종료하지 못하도록 했고, 감독관들이 작성한 결과에 대해 근거도 없이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며 “근로감독관들의 감독권한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불법파견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사건 처리에서도 노동부와 삼성의 커넥션이 있었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8년 노동부도 사건 은폐하는 것 아닌가”

지회는 검찰 수사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노동부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꼽았다. 지회에 따르면 앞서 진행된 노동행정개혁위 조사에서도 노동부는 해당 문건을 숨기다가 문건이 존재한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오자 그제서야 제출했다. 해당 사건 의혹의 핵심인물인 정 전 차관과 임아무개 전 근로개선정책관의 컴퓨터 문건은 노동부가 접근을 막아 조사하지도 못했다.

나 지회장은 “노동부가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며 “검찰도 노동행정개혁위와 마찬가지로 정 전 차관 컴퓨터 문건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나 지회장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현재 노동부가 시간 끌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시감독기간 연장 결정이 내려진 2013년 7월23일과 적법도급 결정이 난 같은해 9월6일을 기점으로 짧으면 한 달, 길어야 두 달밖에 공소시효가 남지 않은 만큼 검찰은 압수수색을 조속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회가 주장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나 지회장은 “노동부 장관이 강력히 의지를 밝혀야 하는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피의자 신분인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것도 이상한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