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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건강과 삶을' 문송면·원진노동자 30주기 추모제"안타깝고 애처로운 노동자 죽음, 우리 손으로 막자"
   
▲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송면이처럼 어린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접하게 됩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고 다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문송면군의 형 근면씨가 30년 전 스무 살 청년에서 지천명의 중년이 되어 동생 무덤 앞에서 섰다. 1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30년 전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문송면군의 30주기를 추모하는 '문송면·원진 30주기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퍼붓는 장맛비 속에서 130명의 유족과 노동·안전보건단체 관계자들이 자리를 지켰다.

30년 전에도, 30년 후에도 … 다를 바 없는 노동환경

1973년생 송면이는 야간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희망에 87년 12월 서울 영등포에 있던 협성계공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물방울 모양의 수은이 공장 바닥을 돌아다니는 것이 마냥 신기한 15살이었다. 송면이는 입사 한 달여 만에 불면증과 온몸을 때리는 듯한 통증으로 휴직계를 냈다. 회사는 "일하다 다친 것이 아니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원인을 찾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다 서울대병원에서 '수은·유기용제 중독' 진단을 받았다.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유일한 병원이었다. 그러나 노동부 지정 산재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대병원의 직업병 진단서는 종이 쪼가리가 돼 버렸다. 회사는 산재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산재요양신청서 서명을 거부했다. 노동부는 송면이의 산재요양신청서를 반려했다.

사실 노동부는 88년 1월부터 협성계공 작업환경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형광등 제조업체인 성광기업에서 수은중독 사건이 발생해 관련 업체들을 조사했기 때문이다. 협성계공 수은주입실에서 일하던 6명 중 4명이 수은중독 유소견자 판정을 받았다. 이 중 3명이 미성년자였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이 들끓었다. 비난여론에 밀려 노동부가 석 달 만에 산재요양을 승인했다. 하지만 송면이는 보름 후인 88년 7월2일 꽃다운 인생을 마감했다.

송면이의 죽음은 원진레이온 노동자 투쟁에 불을 댕겼다. 87년 1월 이황화탄소 중독증세를 보인 4명의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청와대와 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상태였다. 송면이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진보적인 변호사와 의사 등 노동안전보건단체 활동가들이 원진레이온 투쟁을 함께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88년 8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위원장을 맡은 '원진레이온직업병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이어 원진레이온 직업병피해자 및 가족협의회(원가협)가 만들어졌다.

원진레이온 투쟁으로 이황화탄소에 대한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이 만들어졌다. 직업환경전문의제도가 생겼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4일 반올림과 삼성 포위의 날 행사

이날 추모제를 함께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민호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이사장은 "송면이에게 보호장비와 안전한 작업환경, 적절한 근무시간과 휴식이 주어졌다면 지금쯤 아마도 15살 아이를 둔 아버지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어린 송면이와 원진레이온 직업병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학교에서 노동안전 권리를 가르쳐야 사회 초년생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외면하더라도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 국민이 스스로 힘을 합쳐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제를 주최한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는 4일 삼성 본관 앞에서 '문송면·원진 30주기와 반올림 농성 1천일 맞이 삼성 포위의 날' 행사를 한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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