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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위험유해 물질 중독 참사 왜 반복되나

이달 18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한 도금공장에서 일했던 스물세 살 청년이 숨졌다. 이 청년은 지난달 일명 청산가리라고 불리는 시안화합물을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쓰러졌다. 청년에게 “담당자가 없으니 도금액을 교체하라”고 지시한 회사 관리자는 도금액이 위험물질이라는 정보조차 주지 않았다. 국소배기마스크 같은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2016년 사회에 충격을 줬던 인천지역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어이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와 사업장 집중점검을 하고, 사용자들을 처벌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

23살 청년노동자가 죽음을 당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된, 앞길이 구만리였던 청년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아 버렸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안전보건교육도 받지 못했고 보호구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사후약방문 식의 현행 고용노동부 지도감독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게시된 내용을 올바르게 주지하고 교육했다면, 방독면을 포함해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했다면 이런 후진국형 산재사망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회사는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작업환경측정이 이뤄졌지만 기준치를 넘긴 적이 없다고 한다. 제대로 작업환경측정이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 만약 작업환경측정이 제대로 수행되고, 작업환경이 개선됐다면 어땠을까. 이번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며 노동부는 살인을 방조한 공범이다. 이번 사망사고 또한 영세 하청업체에서 발생했다. 결국 위험의 외주화가 노동자 죽음의 원인이다.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문제인 대통령은 지난해 산업안전보건의 날을 맞아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며,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은 절대로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 노동탄압 정부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 가고 있다. 법을 새롭게 만들고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외양간 못 고치는 게 아니라, 안 고치고 있다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너무도 황망하게 하나의 생명이 사라졌다. 국소배기장치만 가동됐어도, 적정한 보호구만이라도 있었어도, 아니 그 작업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최소한의 주의나 표시만 있었어도 어이없는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러니 더 절망한다. 불과 얼마 전 메탄올 중독이 발생했던 바로 인천의 공단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이것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절감한다. 하청의 맨 마지막 공장들이 모여 있는 바로 그곳은 제조산업의 온갖 위험이 집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위험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흘러 내려가고, 가장 맨 밑에 위치한 하청·파견·미숙련 노동자들을 덮치고 있다. 또다시 호들갑스러운 전수조사와 단속으로 다음 누군가의 황망한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안전보호를 할 능력이 없는 사업장에 대한 위험업무의 도급금지가 법·제도로 갖춰져야 한다.

물론 이것이 모든 죽음을 막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안전망으로 작동해야 한다.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제한하는 법률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음에도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지경이다. 그러니 매번 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고 있다. 대다수 입법자들이 기업의 이윤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세우니 속수무책이다. 이 정도면 외양간을 못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안 고치는 것이다.


위험작업 도급금지와 원청 책임강화가 해결 방안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23살 청년노동자의 시안화수소 중독 사망은 메탄올 중독 실명과 판박이다. 사업장이 인천 남동공단의 소규모 업체라는 점도, 대기업의 외주 하청업체라는 점도, 안전교육과 보호구 지급도 없었다는 점도 같다. 다른 점은 작업환경 측정 실시 여부다. 그러나 측정조차 하지 않았던 메탄올 사고나, 측정은 했지만 기준 미만으로 나온 이번 사고나, 현재의 보건관리 제도 문제점을 다 같이 드러내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위험작업의 도급금지와 원청 책임 강화다. 그러나 이는 수년째 공전만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노동부는 ‘중대화학 사고 예방대책’을 발표하면서 불산·포스핀·황산과 더불어 시안화수소 취급 작업을 도급인가 대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사안이었으나 실제 개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유해위험작업 도급금지는 19대 국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도금작업을 포함하는 정부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하지만 경총을 포함한 사업주단체 반대로 아직 국회로 넘어가지도 못한 체 표류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국회나 정부 법안에도 사외 도급, 다단계 도급에 대한 실질 관리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화학물질 정보 제공은 사외도급에도 적용되지만, 납품 형태의 계약이나 2·3차 단계를 거치는 계약관계에서는 의미가 없다. 또한 정보 제공만으로는 제2·제3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종합적인 안전보건관리 의무가 더욱 더 강제돼야 한다. 2015년 환경부 발표에서는 시안화합물 취급 사업장이 400여곳이었다. 언론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할지역에서만 176개 사업장에 3만6천여명이 취급하고 있다. 근본적 개선을 위해 도급금지 및 원청 책임강화 법제화와 더불어 공단밀집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 대책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산업안전보건 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 바꿔야
김철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김철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위험의 외주화’는 1997년 외환위기를 타고 급격히 퍼졌다. 기업들이 사용자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위험한 산업은 모두 하청으로 떠넘겼다. 원청에서 1·2·3차 하청업체로 갈수록 위험한 일을 한다. 반면 모든 이윤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청이 싹쓸이해 가는 구조다. 말단에 있는 하청업체 사업주는 안전보건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이번에 사고가 난 사업장의 사장은 자신이 5차 밴더인지, 6차 밴더인지조차 모른다. 그 정도로 복잡한 위험의 외주화 구조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제도는 결코 후진적이지 않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근로감독관수는 독일이나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금 고용노동부는 우선순위를 산재사망 사고를 줄이는 데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1천여명이 사망하는데 그중 500여명이 추락재해로 목숨을 잃는 구조다. 노동부 산업안전 정책의 초점이 온통 여기에 맞춰져 있다. 산업안전 위주다. 산업보건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노조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데, 노조가 있는 원청에서는 산재사고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할 중심세력이 없다. 메탄올 중독, 시안화화합물 중독같이 끔찍한 재해가 자꾸 일어나는 배경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할 일은 이번 사고가 난 사업장의 사업주를 구속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마스크 한 장 지급하지 않았다. 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에 대해 법원은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재사망을 줄이려면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메탄올이나 시안화화합물처럼 위험한 물질은 안 쓰는 것이 해답이다. 메탄올 중독사건 이후 메탄올을 사용하던 사업장들이 에탄올로 대체했다. 위험물질을 보다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되,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배기장치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고가 난 곳처럼 열악한 공장에는 위험물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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