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최저임금 결정 논의가 여느 해 같지 않다. 우선 정부·여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여파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파행을 거듭해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탓이 있겠다.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은 올해 고용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기승전 최저임금 탓’이라며, 경제에 커다란 타격이 가해졌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

개정된 최저임금법 자체의 허점이나 절차적 문제도 있지만, 향후에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의 문제가 보다 부각될 수밖에 없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저임금 불안정 노동 확산으로 일하는 사람의 생계보장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계속된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있다. 또는 최저임금은 단순히 생계보장을 위해 임금 수준의 최저선을 설정한 것에 불과하며, 그 이상의 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업종·직종별 노동조합을 통한 단체교섭을 통해 끌어올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에서는 해결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 인식 중에서 어느 쪽이 보다 현실에 부합하는지는 향후 노동시장에서 숙련이나 노동조합 조직률 등으로 대표되는 개별 노동자의 협상력에 대한 전망과 전략에 따라, 대변하고자 하는 계층에 따라 달라진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 상징되는 구호가 소득불평등 해소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노동계 내부의 토론과 논쟁이 보다 활성화돼야만 할 것이다.

당면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얼마나 준비하고 최저임금법 개정과 산입범위 확대를 강행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을 지속하기 위해서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로 인한 노동시장의 혼란 또한 불가피할 것이다. 노동시장에 대한 전망과 전략 없이, 단기적 대응에 급급해서는 현장의 혼란만 가속화될 것이다. 기존의 단순한 최저임금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점진적 산입을 위해 설계된 복잡한 최저임금법이 얼마나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물론 단순히 소득주도 성장이나 소득불평등 해소가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정책수단이 눈에 띄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는 다소 공허한 말이다. 특히 여전히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통한 복지 지출보다는 한시적인 재정 확대에 치중하는 경향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하위 20% 소득지표는 ‘최저임금 인상의 폐해’가 아니라 적극적인 빈곤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 주고 있음에도,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어 우려된다.

정부가 말하는 ‘혁신성장’은 마치 ‘4차 산업혁명’과 비슷한 의미인 듯하다. 서비스업에서의 규제완화를 통한 ‘혁신’의 예로 제시되는 ‘공유경제’나 플랫폼 노동은 고용보험은커녕 산업재해에서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 일쑤다. 기존의 사회적 인프라에 의존하면서 사회안전망 등의 빈틈을 파고드는 수준에 그쳐서는 새로운 ‘먹거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사회안전망의 빈틈을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 제조업에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에 기반 한 ‘혁신’은 이미 오래 전에 끊어진 성장과 고용의 고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여전히 주지 못하고 있다.

기업 밖의 안전망과 복지 정책의 필요성은 방기한 채 성장과 고용창출이면 다 해결된다는 옛날 방식의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경제적 체질전환에는 당연히 진통이 뒤따른다. 그러한 사회적 전환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에 대한 논의가 보다 입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도, 최저임금 인상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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