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국민경제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연윤정 기자>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뼈대로 하는 ‘사람중심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와 사회적 포용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주최하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관하는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 : 사람중심경제’ 주제의 ‘2018 국민경제 국제 콘퍼런스’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 5개 강대국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그 핵심은 포용과 혁신이었다”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그는 “혁신성장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 역시 사람중심 경제”라고 말했다.

“경제는 GDP가 아닌 사람을 위한 것”

이날 ‘포용적 성장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경제는 단순히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되지 않으며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시스템적 증거가 있다”며 “삶의 만족도는 1인당 GDP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웰빙과 수명·포용·관계 등과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 삶의 질이 높아지지만 어느 수준에 이르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과 뉴질랜드는 1인당 GDP가 비슷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뉴질랜드가 높다. 선진국 중에서도 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크루그먼 교수는 “단순히 GDP가 아닌 사람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그것의 핵심은 사회적 포용”이라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일원임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소득 양극화가 심해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담 스미스가 이미 <국부론>에서 상대적 빈곤과 사회적 포용을 언급했다”며 “예컨대 좋은 셔츠를 살 수 있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고 사회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말할 때 삶의 질이나 만족도, 인간 진보를 언급하지 않는다”며 “미국이나 한국 같은 부유한 국가도 인간 진보에서는 뒤쳐졌다”고 꼬집었다.

“지속가능 생산성 위해 사람에 투자해야”

이어진 세션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와 지속가능한 경제’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기조발제에서 “사람중심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평등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며 “사람중심 경제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생산성이란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김 부의장은 “저소득 인구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복지지원을 확대했다”며 “지속가능한 생산성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는 좋지만 이중과제가 있다”며 “불평등 문제와 기술적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분배에서 불평등이 발생하면서 노동소득이 하락하고 있다”며 “불평등 문제는 결국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안정성을 파괴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결국 불평등 감소를 통해 경제성장과 안정성을 촉진하기 위한 하나의 세트로 이해하면 큰 잠재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 소멸과 기술 진전의 직접적 연계점을 찾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술변화는 불평등 심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며 “기술적 배당금·생산성 향상을 어떻게 형평성 있게 분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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