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제화공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공임인상 교섭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제화공들은 성수동에 입주한 300여개 업체에 공동대표단을 꾸릴 것을 요구했다. 집단교섭을 하자는 제안이다. 그런데 지난 27일 오후 교섭에는 사측 인사 대부분이 불참했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에 가입한 성수동 제화공들이 28일 오전 집회를 열어 “사장은 교섭에 참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성동구 성수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제화공들은 한 족당 공임 3천원 인상과 소사장제 폐지·연 1~2회 공임 협상·조합원 차별 금지를 요구했다. 지부 조합원과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2018 차별철폐 서울대행진’ 참석자들 150여명이 빨강색·주황색 조끼를 입고 성수동 공장 일대를 돌았다.

“5천200원 시급 받는 셈, 이런 게 갑질 아닙니까”

이날 집회에는 세라블라썸코리아(옛 세라제화) 제화공들 참여율이 높았다. 세라 원·하청 노동자 50여명 전원이 집회와 행진에 참여했다. 세라 본사 저부(신발 밑창을 만드는 제화공)공정에서 일한다는 윤아무개씨는 구두 판매가가 적힌 자료를 내밀었다.

“이것 보세요. 구두 한 켤레 판매가가 30만원(29만8천원)대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걸 만드는 데 5천500원을 받아요. 세금 떼면 5천200원이에요. 이런 게 갑질 아니겠습니까?”

그는 지난달 지부 가입 뒤 회사로부터 일감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지난해 이맘때쯤엔 하루에 20~30개 정도의 구두를 만들었는데, 지부 가입 뒤 지금은 하루에 구두 10개도 못 만든다”며 “하루 3만원도 못 벌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노조 가입 뒤 업체가 일감을 적게 줄 뿐 아니라 그나마도 만들기 어려운 신발을 할당해 주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제화공들은 공임 3천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세라 본사 제화공 A씨는 “구두 한 족을 만드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최저임금보다 못한 5천200원을 시급으로 받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최소한 최저임금만큼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내년엔 최저임금이 8천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임이 한 족당 3천원은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흘 전 본사 관리자가 우리가 일하는 곳에 찾아와 이번에 공임 500원을, 내년 봄에 800원을 올리는 안을 제안했다”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나 오늘 거리로 나왔다”고 귀띔했다. 제화공들은 이날 성수동 일대를 돌며 “노동자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시민들과 가게에 나눠 줬다.

지난달 첫 결의대회, 교섭은 제자리걸음

성수동 제화공들의 처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이다. 지난달 탠디 5개 하청업체가 먼저 공임 인상에 합의하자 국내 제화공장 최대 집결지인 성수동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제화노동자들이 첫 번째 결의대회를 열었다. 성수동 제화공들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었다.<본지 2018년 5월14일자 10면 “한 족당 공임 6천500원, 탠디와 다르지 않다” 참조> 결의대회를 기점으로 지부에 가입한 성수동 제화공이 300여명으로 늘었다. 지부는 성수동에 4개 분회를 설립하고 공임 인상을 위한 조직체계를 갖췄다.

하지만 교섭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애초 지부는 사측에 교섭대표단을 꾸리라고 요구하고 대표단과 집단교섭을 할 계획이었다. 지부는 성수동에 300여개 수제화 완제품 생산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부가 30여개 업체에 교섭요구 공문을 보낸 뒤 지난 27일 연 교섭 상견례에는 단 두 개 업체(고세·이슈메이커)만 참석했다. 지부 관계자는 “집단교섭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제화공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법적 교섭권을 가지지 못해 교섭에 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연대와 단결, 정치적 압박으로 단체교섭을 이뤄 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미소페(비경통상 브랜드) 일부 하청업체가 개별적으로 제화공 공임을 인상하는 식으로 개별교섭을 원하는 분위기”라며 "제화공들이 개인사업자인 탓에 공임 인상을 요구하면 해당 브랜드 사장이 다른 업체나 제화공에 일감을 넘기는 방법으로 제화공이 힘을 쓸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화공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다음달 6일 교섭을 제안했다.

한편 성수동 제화공 처우개선을 위한 '제화노동자 노조할 권리보장 대책위원회(가칭)'가 다음달 11일 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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