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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단에 웃는 자
   
법 없이는 살아도 밥 없이는 못 살아 밥벌이 간절한 사람들이 욕을 듣고 발에 차이고 침을 맞아 가며 높은 분 시중을 든다. 언제 잘릴 지 몰라 파리 목숨이다. 지옥 같았다고, 노예였다고 전했다. 포토라인에서 고개 숙인 채 연신 죄송하다던 재벌가의 실력자들은 곧 제 발로 걸어 나왔다.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벤데타' 가면 쓴 노동자들이 과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지를 물었다. 더는 기댈 곳 없어 법원을 찾았던 노동자들은 지금 대법원 앞 우뚝 선 표지석에 흰색 국화를 던진다. 동료의 죽음을 복기한다. “양승태 대법원이 거래한 재판은 모두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목숨 같은 재판이었다"고 길 위의 변호사가 말했다. 사법농단, 사법살인이라고도 불렀다. 미래에 올지 모를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조작된 회계장부를 근거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죽음이 잇따랐다. 최장기 농성이 이어진다.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과 통상임금 재판도 거래장부 목록에 들었다.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고민을 잘 헤아리고 이를 십분 고려하여 준 것”이라고 문건에 적었다. 이 모든 농단에 웃는 자 누구인가. KTX 해고승무원들이 13년 전 유니폼을 입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모습이 어느 공연 광고판에 비친다. 빅토르 위고 원작 '웃는 남자'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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