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가 제왕적인 대법원장제와 법원행정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노총·민변·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민주주의법학연구회와 4·16연대가 21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토론회’를 열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장과 그의 영향 아래 있는 법원행정처가 인사권 등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일탈이 있을 경우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상희 교수는 “수직적 위계에 기초한 인사제도부터 기수·서열문화·엘리트주의가 법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뜨린 이유인데 그중 법원행정처는 비리의 핵”이라며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재판을 보조하는 업무를 넘어 스스로 법관에 대한 감시·감독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법농단 사태가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는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만 폐악의 원천으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제왕적 대법원장제와 법원동일체라는 구조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거래가 사실일 가능성이 큰 만큼 서둘러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재판거래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문건이 존재하는 만큼 재판거래는 존재했거나, 적어도 존재했다고 의심할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구제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재심이다. 현행법에 따라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직무와 연관된 죄를 범했을 경우 재판의 피해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법관의 유죄 확정판결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김태욱 변호사는 "재심 청구는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이나 KTX 승무원 사건의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이 행정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노사합의로 피해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현재 대법원은 특히 노동사건의 경우 입법자의 의사를 독자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사법부 구성을 민주화하고 재심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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