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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기다리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한국철도공사는 KTX 승무원과의 약속을 세 번 어겼다. 공사 전신인 철도청은 2004년 KTX 개통을 앞두고 "지상의 스튜어디스를 뽑는다"고 광고했다. 채용 당시 “1년 계약직 후 정규직이 돼 공무원 수준의 후생복지와 정년을 보장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는 철도청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공무원 증원 억제정책으로 인해 인원을 늘릴 수 없으므로, 공사로 전환하게 되면 그때 정규직으로 전환할 테니 위탁업체인 홍익회에 1년만 있으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4천600명이 넘게 지원해 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05년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전환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철도공사는 오히려 KTX 승무원의 소속을 홍익회에서 한국철도유통으로 전환했고, 2006년 다시 KTX관광레저로 옮겨 가라고 했다. 첫 번째 약속 파기였다.

승무원들은 2006년 3월1일 파업에 들어간다. 홍익회에서 철도유통으로 옮길 때 노동조건이 나빠졌고, KTX관광레저로 옮기면 노동조건이 더 나빠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는 "애초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철도공사는 파업에 돌입한 승무원 280명 전원을 해고했다. 해고된 상태로 파업투쟁을 지속한 끝에 2007년 12월 노사합의가 추진됐다. 자회사로의 이직을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한 80명 전원을 역무직으로 채용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철도공사가 ‘내부에서 조정할 기간’을 달라며 조인식 연기를 요청한 후 이철 당시 사장은 철도공사를 사직했고 합의는 무산됐다. 두 번째 약속 파기였다.

승무원들은 2008년 8월27일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서울역 조명철탑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최종 협상 자리에서 회사가 자회사 취업알선을 안으로 내놓는다. 승무원들은 그 안을 거부하고, 그해 9월29일 조명탑 투쟁을 마무리한다. 그 자리에서 승무원들은 “법적 소송으로 철도공사의 불법파견 행위를 증명해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2010년 8월26일 1심인 서울중앙지법에서 마침내 승무원들이 승소했다. 승무원들이 철도공사의 근로자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이었다. 철도공사는 이 판결 이후 승무원 복직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세 번째로 약속을 파기하고 항소했다. 2심에서도 노동자들이 승소했으나 또다시 상고했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진 바로 그 판결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선정한 ‘2015년 최악의 판결’이었고, <한겨레21>과 법학교수·변호사·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선정한 2015년 ‘문제적 판결’에도 포함돼 있었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문제 판결'에도 선정된 바로 그 판결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판결을 뒤집은 그 판결이 객관성을 결여한 것임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철도공사의 약속 위반과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로 승무원들은 친구 한 명을 잃었고, 12년간 거리에서 싸워야 했으며, 승객들은 승무원들이 안전업무를 하지 않는 위험한 KTX를 타야 했다.

철도공사는 세 번이나 약속을 어겼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약속이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후보였던 2017년 5월 철도노조와 정책협약식을 하면서 “철도해고자 복직과 KTX 여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한다”고 약속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같은해 12월29일 철도회관을 방문해 “조만간 KTX 문제가 조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며 정부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아직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는 핑계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왜 KTX 승무원들은 아직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가.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도, 법원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이 사회 신뢰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KTX 승무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상 아무리 남북철도가 연결돼도 그것은 좋은 철도가 아니다. 아무리 노동존중을 말해도 그것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20대 후반의 KTX 승무원들이 마흔이 다 돼 갈 때까지 철도공사도, 법원도, 정부도 신뢰를 보여 주지 못했다. 이제 마지막 약속이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난 12년간을 고통스럽게 버텨 온 KTX 승무원들에게 더 이상 기다리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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