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 택배 상자 150여개가 쌓였다. 서울·울산·인천을 비롯한 전국에서 발송된 택배다. '깨지기 쉬운 물건이니 조심히 다뤄 주세요' 같은 유의사항을 남기는 운송장 메모난에는 "택배노동자의 땀과 눈물을 보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택배노동자 하루 평균 노동시간 15시간 중 약 7시간가량 소요되는 분류작업 개선을 택배회사들에 요구하고 있다. 택배발송 사전업무에 해당하는데도 사용자들이 임금을 주지 않고 공짜로 택배노동자들을 부린다고 주장한다.

최근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에 분류작업 개선안을 찾자며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 거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지난 3월부터 이 회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조합원의 두 배가량인 1천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7시간 공짜노동 개선을 위해 회사에 교섭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최근까지 3만여명이 동의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노동시간단축이 전 사회적 관심으로 떠올랐지만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는 택배노동자는 철저히 소외돼 있다"며 "정부는 특수고용직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참여한 '택배노동자 장시간 노동 해결 촉구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공짜노동을 근절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필편지와 가족사진을 동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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