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은행권 채용 성차별을 뿌리 뽑으려면 채용절차 단계마다 성비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18일 확정하는 '은행채용 모범규준안'에 채용단계별 성비 공개를 명시하라는 요구다.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은행연합회에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채용 성차별 대책의 핵심은 채용 분야나 직무별로 채용절차를 거칠 때마다 매 단계별로 성비를 공개하는 것"이라며 "이런 대책 없이는 이전처럼 합격자 성비를 내정해 점수를 조작하거나 성별 커트라인을 달리하는 성차별적 관행이 지속돼도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이 서류심사와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성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여성에게는 '깜깜이 채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 조사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3년 신입행원 채용 때 서류전형부터 남녀 비율을 4대 1로 정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높은 남녀 차등비율을 적용해 5.5대 1을 적용했다. 이로 인해 여성 커트라인은 600점 만점에 467점으로, 남성(419점)보다 48점이 올라갔다. 남녀 차별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서류전형 커트라인은 444점이 된다. 남녀 비율 1대 1에 근접한다. 하나은행은 당시 최종 임원면접에서도 합격권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 남성 2명의 순위를 조작해 빈자리를 채웠다. 최종 합격자는 남성 201명, 여성 28명이 됐다. 남녀 성비는 10대 1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편 은행채용 모범규준안에는 은행이 신입직원을 선발할 때 성별과 출신학교·출신지 차별을 금지하고 임직원추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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