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타워크레인 사고를 줄이기 위해 조종사 면허 정기적성검사제도를 부활시킨다. 2000년 기업 규제완화 차원에서 폐지된 이후 18년 만이다. 노동계는 "타워크레인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며 "사고 책임을 타워크레인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초 면허 취득으로 사실상 영구면허가 부여됐던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적성검사를 실시해 면허를 갱신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내용의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행안부는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하위법령을 개정해 세부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행안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 정기적성검사 카드를 꺼낸 이유는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한 후에도 타워크레인 사고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9일 대전 유성구 중이온가속기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으로 철재 빔을 옮기다가 바로 옆 철골 구조물을 덮쳐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4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올해 4월에는 대전 중구 서대전역 네거리에서 대형 크레인이 신호등과 충돌했다. 지난해 1년 동안 타워크레인 사고로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계는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가 비용을 줄이려고 노후장비나 중국산 저가장비를 쓰고,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자를 상용직에서 일용직으로 전환하면서 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로 일하는 박종국 경실련 시민안전센터 대표는 "최근 타워크레인 사고는 설치·해체작업 과정에서 주로 발생했다"며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주화한 것과 노후화된 장비를 짜깁기해 편법적으로 사용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조종사 정기적성검사를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책일 뿐"이라며 "타워크레인 사고 책임을 조종사 과실로 몰아붙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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