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창문 없는 공장에서 기타 만들던 임재춘씨가 오늘 세종로 오래된 천막농성장을 지킨다. 품 들여 구멍 곳곳에 뚫어 바람 지나기를 바란다. 묵은 짐도 치웠다. 여름 준비다. 이날로 4천145일째라니, 아마도 열두 번째 여름일 거라고 짐작했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은 "미래에 올 지 모를 경영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헛웃음이 나왔다지만 법 앞에 별수도 없었다. 목 잘린 기타노동자는 길에서 늙었다. 요 며칠 그는 대법원 앞과 농성장을 오가느라 바쁘다. 설마설마했던 일 때문이다. 서초동 점집이라고도 그는 불렀다. 미래를 내다보던 그 오묘한 재주 때문이다. 그게 다 한낮 흥정거리였다니 임씨 가슴에도 구멍이 뻥 뚫렸단다. 바람 들어 시린 가슴이 아직 뛰는 탓에 노(老) 기타노동자의 농성장이 나날이 새롭다. 최장기 농성 기록이 또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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