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경기도 평택축협 사무실에서 축협 대의원이 직원(수의사)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키우는 송아지를 출장진료해 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다. 대의원은 축협 이사진을 선출하는 지위에 있다.

전북 무주 농협 지점에서는 여직원들이 고위간부로부터 꾸준히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해 9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간부는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아 달라"거나 "허리 마사지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농협 자체 조사가 진행되자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입막음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협동조합노조(위원장 민경신)가 '직장갑질 만물상' 농협의 직장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농축협직장갑질상담센터를 설치했다. 지점 인근 거리 선전전과 입간판 설치 같은 캠페인도 한다.

노조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갑질을 몰아내 노동이 존중받는 농협을 만들기 위해 노동인권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농협에서 발생한 직장갑질 사건은 12건이다. 직위를 이용한 성폭력, 노동자를 노예 부리듯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행위, 임금체불·폭행 같은 유형이다. 노조 관계자는 "전국 4천900여개에 이르는 농축협 지소·사무소에 8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갑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조가 없어 알려지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수백 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센터를 통해 직장갑질 제보를 수집한다. 폭행이나 체불과 같은 일상적 갑질뿐 아니라 조합장 선거비리 제보도 받는다. 농협중앙회에는 직장문화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부당인사 근절·익명신고제도 확대·육아휴직 사용 등이 이뤄지도록 각 지역 농축협을 지도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농협에 발송했다.

민경신 위원장은 "폐쇄적인 농축협에서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조합장들과 책임자들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며 밤낮으로 노동자를 괴롭히고 있다"며 "농협중앙회는 직장갑질을 추방하고 노동존중 농협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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