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며칠 전 사무실로 노동상담 전화가 걸려 왔다. 일을 시작하고 두 달이 되도록 사업주가 임금을 주지 않아 그만두겠다고 하니, 근로계약을 1년 했으니 무조건 일해야 한다며 우긴다고 하소연했다.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다시 그만두겠다고 하자, 깜빡했다고만 하고 도리어 인식공격을 퍼부었다고 한다. 일부 몰지각한 사업주의 행태는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 청년이 일하면서 일상적으로 겪었을 불안과 위협을 생각하니 화가 나면서도 속만 상할 뿐이다.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이라는 너무나 분명한 제도적 보호장치 속에서도 불안이 일상적인 것이 현실이다.

지난 25일 새벽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말 그대로 전격 합의됐다. 법안에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합의안이 도출된 후 ‘최저임금 삭감법’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법안이 전격적으로 통과됨에 따라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수많은 청년노동자들의 불안도 심화됐다. 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한 25일만 해도 아침부터 40통 가까운 노동상담이 들어왔다. 상담 전화는 법 개정안 내용이 궁금해서 온 전화도 있었지만 정말로 내 임금이 삭감되는지, 혹은 다른 불이익이 있는지 불안해서 물어볼 곳도 없는 청년들에게서 온 전화들이었다. 복잡해진 법안으로 인해 예상보다 현장의 불안이 심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합치는 임금체계 개편은 현장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는 일이지만, 막상 뉴스에서 최저임금이 삭감된다고 하니 당사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매번 있는 일이라 해도 이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왜곡된 임금체계 속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필요하더라도 저임금 노동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복리후생비가 포함되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일터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단체협약도 없는 미조직 노동자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 제도를 미조직 노동자 당사자 의견수렴도 부실한 채로 최저임금 결정 시한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이유에 쫓겨 입법된 것이다.

더구나 통과된 법안에서 말하는 복리후생비가 무엇인지 분쟁이 이어질 우려도 크다. 상담을 받은 많은 청년노동자의 임금은 거의 최저임금에 맞춘 기본급과 여기에 ‘식대보조’ ‘여비교통비’ ‘도서비’ ‘연구개발비’ 같은 여러 명목의 복리후생적 성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수당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 기본급을 중심으로 해당 직종, 해당 경력의 임금수준이 정리된 임금체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회사는 여러 가지 복리후생을 제공해 준다’는 명목으로 임금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임금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다.

통상임금 논쟁이나 포괄임금제 같은 초법적 관행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임금체계에서 많은 영향을 주는 통상임금은 여전히 현장에 여러 분쟁이 진행 중이다. 지금의 산입범위 확대는 명문화되지 않은 많은 부분이 통상임금 소송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판례가 쌓여 가면서 정리될 우려가 크다. 그 과정은 많은 갈등과 불안, 그리고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이고 이는 개인이 홀로 부담해야만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사법부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국회의 이번 입법 과정은 한국의 법이 규율하는 수준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문제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혼란스럽고 불안을 겪을 당사자들은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높지만 중위소득에는 미치지 못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절차적인 문제와 많은 사회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강행했다. 여당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말로 딱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것이라면 이런 많은 우려는 어떻게 덜어 낼 것인지, 실제 현장에서 의도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최소한으로 상응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임금체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제도는 본래 일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지금처럼 최저임금이 모두의 임금이고 최고임금이 되는 현실이 계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최저임금을 다루는 한국 사회의 논쟁은 결국 임금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데까지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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