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선근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

2년 전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고치다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군이 유명을 달리했다. 구의역 사고 전에 성수역과 강남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보수하던 비정규 노동자 사망사고가 연이어 있었다. 또한 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민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다가 4호선 총신대입구역과 1호선 서울역에서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지하철 승강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스크린도어를 이용하던 승객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연속해서 터졌던 것이다. 구의역 사고 초기에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 안전관리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작업자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라고 밝혀 많은 언론과 시민에게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구의역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군의 작업가방 안에서 뜯지도 못한 컵라면과 숟가락이 발견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첫째, 노동인권을 존중해야 안전한 사회가 된다. 구의역 외주하청 노동자 스크린도어 사고는 공공기관인 서울지하철에서 안전과 공공성보다는 예산(비용) 절감을 위해 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아웃소싱한 데서 기인한다. 외주업체 은성PSD는 서울메트로에서 전직한 직원과 김군처럼 신규로 채용된 직원을 업무와 임금에서 차별했다. 서울지하철은 불공정한 계약과 무리한 빨리빨리 출동·조치 요구 같은 갑질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열악한 노동조건 탓에 현장에서 일하는 외주하청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짓밟혔다. 이러한 문제는 곧바로 스크린도어 사고로 이어졌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을 하는 사람이 일하는 현장에서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받아 건강한 삶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헌법상 기본적 인권이다. 노동자 개개인이 인간답게 건강한 생활을 할 기본적 인권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령의 존재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노사 모두가 지켜 내야 할 가치다.

둘째, 안전인식과 안전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한 시설과 인력, 운영시스템이 필요하다. 안전을 위한 단계적인 시스템과 안전을 위한 다양한 보호망이 필요하며 안전에 대한 다양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생명·안전보다는 성과주의와 효율성을 우선해 왔다. 특히 해방 이후 30년 동안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개발과 경쟁이 화두였다.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그런 사회적인 의식과 문화가 지배하다 보니 생명·안전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안전을 우선하는 의식·문화로 바꿔야 한다. 대부분 사고는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올바른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올바른 기업문화는 기업 체질을 건강하게 바꿔 낼 수 있기 때문에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셋째, 노조가 안전·사회공공성 활동에 나서야 한다. 지하철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보건안전을 지켜 내는 것이 시민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정규직 노동자 4명과 비정규 노동자 3명 등 7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13명의 노동자가 부상의 고통을 겪었다. 백도명 서울대 교수는 “지하철과 같이 시민들의 안전과 긴밀하게 관련이 있는 공공부문의 경우 노동자들의 안전이 지켜지면 시민 안전도 지켜질 수 있다”며 “공공사업장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손등과 손바닥이 한 몸인 것과 같다”이라고 말한 적 있다.

지하철 안전을 위해 교통서비스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 그러나 아직 노조는 시민들의 안전을 높이는 활동에 크게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노조가 책임감을 가질 때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지하철 안전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현장 노동자다. 노조가 안전과 지하철 공공성을 강화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노동자 자신의 노동안전·고용안정·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노조가 안전위원회와 담당부서를 두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안전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활동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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