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목희(65·사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당한 공약”이라며 “정부는 이를 지키려고 갖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여력이 되기 때문에 KTX 여승무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자회사가 아닌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올해 말에는 2~4년에 걸쳐 노동시간단축 등 5대 동력을 중심으로 50만~60만개의 민간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국민에게 보고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자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목희 부위원장을 만났다. 지난달 4일 취임한 이 부위원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기획위원으로 일했다.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당시 대우자동차 희망센터 이사장을 맡았다. 17대와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환경노동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까지 역임해 정치권 사정에 밝다. 1998년 노사정 합의와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사태, 2006년 비정규직법 처리 과정에서 협상에 참여했다.

- 왜 일자리위 부위원장에 발탁됐다고 생각하나. 취임 뒤 가장 주력한 일은.

“청와대에서 부위원장직을 제안했을 때 저는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문제를 열심히 고민했기에 (일자리위 부위원장직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여태껏 살면서 부위원장에 취임한 뒤 50여일이 정신강도가 가장 높았다. 공공일자리는 정부 의지와 국회 협력이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반면 민간일자리는 기업 지불능력을 키워야 하는 문제다. 그래야 일자리 질도 개선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일자리 창출 토대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고민을 집중했다.”

일자리위 1년, 민간일자리 토대 마련 부족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부진 원인이란 증거 없어

- 일자리위가 이달 16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1년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떤 일이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일자리 5년 로드맵·공공부문 일자리 질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민간일자리 토대 마련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민간일자리는 노력한다고 당장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일자리위가 이런 토대를 만들었다고 국민께 설명드려야 하는데 그 수준에는 못 미쳤다.”

-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전면에 내걸었음에도 고용지표가 부진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고용지표 자체로는 기저효과가 크다. 지난해 3월 취업자가 46만명 늘었는데 올해는 쉽지 않다. 경제 흐름상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하기 어렵다. 또 국내 산업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됐다. 에코세대(베이비부머 자녀세대)가 대거 노동시장에 진입한 것도 요인이다. 연관효과와 고용창출력이 큰 자동차·조선업에서 구조조정이 증가했다. 고용지표가 좋을 수가 없다.”

-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부진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 많은 언론의 보도태도를 지적하고 싶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었다는 실증적 조사 결과는 없다. 그런데도 근거 없이 기사를 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마찰적·단기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는 있으나 장기적·구조적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당장 고통을 겪는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자를 촘촘하게 돕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높은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등 진짜 힘든 이유는 따로 있지 않나.”

-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이 가능할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속도조절론을 언급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당연히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한다. 김동연 기재부 장관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근거를 갖고 말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목표달성 연도를 신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지금 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 기본입장도 아니다.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정당했기 때문에 지키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란에 대한 입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뭐가 포함돼야 한다 아니다 말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저임금 노동자 중 상여금을 받는 노동자는 10% 미만으로 알고 있다.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할 경우 전반적으로 저임금 노동자 생활개선 목표에 크게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기훈 기자


구조조정은 사람 자르는 게 아니다
KTX 여승무원 정규직 고용 못할 이유 없다

- 고용부진 원인 중 하나로 제조업 구조조정을 꼽았다. 제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이 있나.

“단서를 하나 달겠다.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노동계는 사람 자르는 걸로 생각한다. 구조조정은 그게 아니다. 대우차 희망센터가 펴낸 비망록 <여보! 내일부터 출근이야> 서문에 이런 이야기를 썼다. 구조조정은 항시적인 것이다. 그러나 고용조정은 참으로 신중해야 한다. 정리해고는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고용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사가, 특히 사용자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순환휴직을 하고, 그것도 안되면 무급 순환휴직까지 생각해야 한다. STX조선은 6개월 무급휴직을 감내했다.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보다 그런 길을 모색해야 한다.”

- 대우차 사태 이후 17년 만에 한국지엠 사태가 터졌다. 간신히 봉합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너럴 모터스(GM)의 속내를 모르지 않나. 지엠이 한국에서 연구개발(R&D) 말고 제조업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엠이 한국에서 항구적이지는 않더라도 아주 길게 생산·판매를 하고 싶어 하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두고 곳곳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자회사 고용을 제시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정규직 고용이다. 한데 어려운 점이 있다. 공기업·공공기관은 정부 틀 속에서 일한다. 필요하면 재정을 늘리겠지만 무한대로 늘리기는 어렵다. 자회사 고용도 있고 무기계약직 방식도 있다. 지금은 여러 사정 때문에 모회사 정규직이 아닌 자회사 고용·무기계약직 전환에 머물러 있는데, 시간을 두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비전이 필요하다. 대기업·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도 있어야 한다. 진행상황을 점검해 개선 여지가 있으면 개선하도록 권고하겠다.”

- 자회사 고용이 대안이라면 2006년 해고된 KTX 여승무원이 12년간 싸울 필요가 없지 않았나.

“정부가 자회사 방식을 이야기한 것을 KTX 문제로 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KTX 여승무원은 당연히 정규직으로 고용돼야 한다. 국민 다수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KTX 여승무원은 숫자가 많지 않고 코레일이 이들을 고용하지 못할 처지도 아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긴 세월 그분들의 고통과 눈물을 잊어서는 안된다.”

- 2006년 당시 여당 의원으로 비정규직법 처리를 주도했다.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나.

“제가 주도한 것이 진선진미(盡善盡美·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아름다움)한 것은 아니다. 당시 상황을 봐야 한다. 기간제를 1개월·3개월·6개월 단위로 쓰고 버리고 다시 쓰는 상황이었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아쉬움은 있겠지만 비정규직을 양산한 악법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진정 비정규직을 생각하는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한다. 비정규직 비중은 2005년 36.6%에서 지난해 32.9%, 기간제 비중은 같은 기간 18.2%에서 14.7%로 줄었다. 많이 줄지는 않았다. 왜 그럴까.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법을 비롯해 불법·부당행위를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무유기다. 철저히 지도하고 감독했더라면 비정규직 비중은 20%대 수준으로, 기간제는 10% 미만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경제부처가 일자리 정책 주도하는 일 있을 수 없어
올해 말 50만~60만개 민간일자리 계획 내놓겠다

- 일자리위가 일자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기재부 등 경제부처 주도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위에도 정부부처 파견공무원이 다수를 이룬다.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일자리위는 일자리 정책에 관한 한 모든 정부부처를 통솔하는 완벽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다. 한 치의 어긋남 없이 하겠다. 모든 경제·산업정책의 중심에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기재부가 예산편성을 할 때도 일자리 중심이어야 한다. 일자리 정책을 경제부처가 주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자리위 부위원장의 강단과 결기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정치력이다. 또 일자리위 고위직에 민간인 출신 인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공무원과 민간인 사이에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이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 검토가 끝나는 대로 행정안전부에 요청할 것이다.”


일자리위 일자리기획단 현원은 34명이다. 이 중 정원 27명은 기재부·노동부 등 13개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 20명과 전문임기제 나급(사무관급)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원 외 7명은 한국노동연구원을 포함한 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파견자 등이다. 일자리위에는 노사정위 상임위원 같은 고위직 자리가 없다.

- 일자리위 6차 회의에서 4년간 민간일자리 11만개 창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민간일자리를 어떻게, 얼마나 만들어 낼 계획인가.

“올해 말까지 2~4년에 걸쳐 50만~60만개 민간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국민에게 보고드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구체적인 것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 민간일자리 창출은 중소기업·서비스업 지원, 창업지원, 재벌대기업 협업·상생, 규제개혁, 노동시간단축 등 5대 동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 일자리위 산하에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전문위는 공공일자리전문위·민간일자리전문위·사회적경제전문위로 구성돼 있다. 특별위는 보건의료특별위 1개가 있다. 병원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강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보건의료특위가 보건의료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고, 일자리 개수를 많이 늘리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 일자리 대책이 성과를 내려면 노사정 대화가 중요하다. 업종별위원회를 준비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역할이 중복되지는 않나.

“노사정위와 중복되는 것은 없다. 노사정위 업종별위원회는 고용창출을 중심으로 논의하기보다 그 업종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노사관계 같은 문제를 주로 논의하지 않겠나.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것은 일자리위가 하는 일이다.”

-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 계획은 무엇인가.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앞질러 가는 것이긴 하지만 더 나아가 대기업 정규직의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노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사람다운 삶을 위해서다. 우리는 너무 많이 일했다. 좀 쉬어야 한다. 또 하나는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서다. 노사 모두 이를 바라보는 인식을 높여야 한다. 자칫 노동시간단축이 좋은 일자리 창출이 아닌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등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주 52시간에 맞춰 더 일하게 하고도 돈을 안 주는 노동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의 노력과 노사 협력이 극대화된다면 10만~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모두 중요하지만 핵심 중 핵심은 한반도 평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한반도 평화는 여러 곡절을 겪겠지만 예전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 과제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한다면 정말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일자리위는 그동안 절박함·창의성·과감함이 부족했다. 이 말을 뒤집어 절박한 마음으로 창의성을 발휘한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겠다. 1년 후에 국민에게 그 어렵다던 일자리 문제가 해결의 길을 간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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