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6일 소셜벤처·혁신창업·국토교통·뿌리산업 등 4개 분야에서 2022년까지 4년간 민간일자리 11만개를 만든다고 밝혔다. 공공일자리를 넘어 민간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니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은 박근혜 정부와 차별성이 보인다. 노동존중을 내세우는 만큼 ‘노동유연화’ 표현이 드러나지 않는다. 뿌리산업 일자리 대책에서 그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일자리위는 뿌리기업 자동화·스마트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반월·시화공단 같은 뿌리산업특화단지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뿌리산업특화단지 지원사업이 생산설비에 한정돼 있는데, 이를 편의시설·복지개선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위는 “근무환경이 우수해야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격세지감이 든다. ‘뿌리산업=파견확대’ 공식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주야장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뿌리산업 파견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을 밀어붙이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대책은 어떨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함정이 있다. 뿌리산업 노동조건 개선 선결과제가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과 납품단가 후려치기 개선인데, 그게 빠져 있다. 함정은 또 있다. 국토교통부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 분야 일자리 대책에 "공공기관에서 시간선택제·탄력정원제를 활용한 일자리 나누기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표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이다. 초안에는 '임금피크제'가 들어가 있었는데 노동계 지적으로 빠졌다고 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일자리 정책으로 부작용이 상당했다. 탄력정원제는 ‘총인건비 범위 내’에서 해당 기관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운영하라는 제도다. 국토부 대책에 포함됐지만 사실은 기획재정부 정책이다.

한국노총은 의견서를 통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전일제로 전환할 수도, 일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도 없는 나쁜 일자리”라며 “탄력정원은 정규 정원에 포함되지 않아 언제라도 감원 대상이 될 수 있어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노동존중’ 혹은 ‘좋은 일자리’ 포장지에 ‘노동유연화’ 상품이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고용지표가 어려운 만큼 당장 민간일자리 실적을 만들어 내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 않겠나.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 국정철학을 다잡아야 할 때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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