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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명 직접고용한 국민연금공단, 공공기관 모델 되려면

국민연금공단이 콜센터·IT·청소·경비·시설관리업무를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827명을 직접고용한다. 용역 계약이 만료된 청소·경비 노동자 263명은 이달 1일부터 공단 직원이 됐다. 나머지 노동자도 올해 6월과 12월 계약이 만료되면 정규직 직원이 된다. 다수 공공기관이 직접고용보다 자회사에 가는 것이 유리하다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현혹하는 모습과 비교된다. 국민연금공단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유별난 사례로만 보기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호응이 안타깝다. 국민연금공단 정규직 전환을 공공기관 모델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남은 과제 처우개선, 정부 예산지원 수반돼야
최경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

최경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

정규직 전환 논의 초반에 전환과 관련한 기본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지부는 직접고용과 임금을 제외한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정하고 전환 방법 등의 합의를 위해 비정규직 당사자가 참여하는 회의체를 마련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을 그간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온 동료로서 인정한다면 응당 국민연금공단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직접고용이 올바른 전환 방식일 것이다.

우선 공무직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안정을 확보하고 복리후생 차별은 해소했으나, 임금수준 등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상태다. 전환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의 남겨진 과제고 이는 예산이 수반되는 것이다. 정부는 전환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합당한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부는 1사1노조 원칙하에 전환 노동자의 조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중심 차별해소형 경영평가 필요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국민연금공단 결정이 웬일인가 싶다. 공공부분 정규직 전환에 자회사 방식을 쓰면 최악의 경우 전환 전후에 어떠한 변화도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고용승계나 고용안정은 확보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차별 해소의 발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적 문제제기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 상황을 봐도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차별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고학력자인 그들이 공사 정규직에 비해 80% 수준으로 임금 차별을 받는데,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로 보고 있는 이들의 차별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기술직·노무직·현장직이 사무관리직에 비해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새로운 룰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의 직접고용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별도 직군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현행 임금수준이 그대로 다시 적용될 공산도 크다. 직종 평균임금이라는 사회적 개념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전향적인 노동조건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가 바람직한 현상을 확산시키기 위해 경영평가제와 총액인건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손보지 않으면 개별 기관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풀리기 어려운 문제다. 노동중심의 차별해소형 경영평가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총액임금에는 무기계약직도 포함되는데 기존 정규직과의 나눠 먹기 식 구조로 가게 되면 기존 정규직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경영평가제도에서도 인건비 항목이 차지하는 실질적인 비중이 굉장히 높다. 외형적으로는 30% 미만이라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가 인건비다. 인건비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인센티브가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올바른 정규직 전환 위한 예산 지원 필요
문현군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미조직비정규담당)

문현군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미조직비정규담당)

국민연금공단이 간접고용 노동자 827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환영한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부응하는 결정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공단 정규직으로 편제된다고 해도 기존 정규직과 같은 임금테이블에 앉지 못한다.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현황을 기관평가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실질적인 임금·복지 개선 없이 직접고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 남양주의 경우 1천200명에 달하는 비정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정부에서 내려온 예산은 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복지 수준을 후퇴시키면서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끌어안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과거 우리은행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낸 뒤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을 동결했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중앙·지방정부와 산하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노 갈등을 방지하고 올바른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그만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공단의 직접고용 결정은 다른 기관으로 확산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올바른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합당한 예산을 편성하고, 예산이 정규직 전환과 노동조건 개선에 사용됐는지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해야 한다.

고용·처우 모두 잡으려면 중앙정부 적극적 역할 필요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부 교수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부 교수

국민연금공단이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뤄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규직 업무를 하던 일부 직군은 공무직인 아닌 일반 정규직으로 편입하기도 했다. 한계도 있다. 비정규직의 경력을 전부 인정하지 않으면서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도 있다. 전환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노동계가 리더십을 가지고 내부갈등 해소에 조금 더 역량을 쏟아야 한다. 전환논의 과정뿐 아니라 전환 후에도 갈등봉합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단 사례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모든 공공기관이 이를 모델로 삼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로 내려가면 행정안전부가 정규직 전환 논의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규직 전환 예산을 확보해 주지 않고 기존 예산 안에서 해결하라고 한다. 이 때문에 신분은 정규직이 되지만 임금은 비정규직 때와 다름없거나, 일부 기관의 경우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관은 그나마 자체 재량권이 일부 보장되지만 국비 의존도가 높아 예산편성 자유가 없는 기관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전환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회사와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는 의미다. 고용과 처우를 모두 잡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노조 조직화가 관건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조와 방향은 대체로 올바르다. 하지만 정규직화 진행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흔들렸고, 구체적인 정규직화 방식을 결정하는 로드맵과 여러 경우의 수에 맞는 세심한 대책이 취약해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마지막에 시도했어야 할 학교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가장 먼저 시행해 대실패로 끝나면서 정규직화 모델의 하향평준화 흐름이 만들어졌다. 상시·지속업무인 경우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는 방식이 표준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회사 방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처럼 공공부문의 모범사용자로서 직접고용 정규직화 방식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다시 분명하게 목표로 제시하고, 예산을 틀어쥐고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가로막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올바른 정규직화를 실현하게 할 정책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노조의 전향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단체협약이라는 무기를 쥐고 있는 정규직 노조는 되게 할 힘은 약해도 막을 힘은 강력하기 때문에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반대하면 실현가능성이 낮아진다. 예기치 못한 여러 변수가 작동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집단적 목소리와 조직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양질의 정규직화는 힘겹다. 결국 비정규 노동자 다수의 노조 조직화가 관건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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