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낯선 땅 평양에서 열린 공연 제목이 ‘봄이 온다’라기에, 또 이런저런 꽃 피기에 봄이 왔구나 했다. 웬걸, 며칠 푹푹 찌더니 번개 친다. 곧 천둥소리 따랐다. 장맛비 같은 비가 쏟아진다. 앞이 캄캄하다. 땀이 많아 슬픈 사진기자들은 뜨겁거나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만나 서로를 도닥인다. 서머 이즈 커밍, 고난의 계절 여름 앞이다. 눈으로 흘러든 땀은 쓰렸다. 뷰파인더는 자주 흐릿했다. 오랜만에 틀어 먼지 풀풀 내뿜는 에어컨 앞에 서니 천국인데 쉰내 폴폴 날려 누군가에게는 고역이다. 도대체 마르지 않는 빨래를 거둬 입으니 또 쉰내 난다. 빨래 건조기 최저가를 검색하다 놓을 데도 없어 접는다. 그러니까 봄은 통장을 스쳐 가는 월급 같았다. 날 궂어 밖에서 하는 일은 자주 멈췄다. 땀인지 빗물인지에 젖은 사람들은 하늘이 얄궂다. 온갖 푸른 것들이 그 물에 자라고 그 볕에 여문다지만 눈앞이 급했다. 대추 한 알도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니 밥벌이 별 수 있나. 또 하루 길에 나선 사람들은 흠뻑 젖거나 검붉어질 노릇이다. 봄이라더니, 여름이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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