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노동자 국민연금 가입범위 확대를 두고 노·사·정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노동계는 “건설일용노동자 노후보장과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이유로 올해 7월1일 시행을 요구하는 반면 국토교통부와 전문건설업계는 “시행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국토부·국민연금공단·양대 노총 건설노조가 16일 오전 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건설일용 사업장 가입기준 개선 관련 회의’를 열었다. 국토부는 이날 회의에서 건설일용노동자 국민연금 가입범위 확대 시행시기를 10월로 유예하자고 주장했다.

지난달 6일 복지부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노후보장 강화를 위해 현행 월 20일 이상인 건설일용노동자 사업장 가입 기준을 월 8일 이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7월1일 시행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현장 건설노동자와 건설업체가 제도 변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충분한 홍보와 교육 등을 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7월1일에서 10월1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10월1일 이후 신규 공사부터 가입범위 확대를 적용하자고 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이미 국민연금 가입범위 확대 반대 입장을 담은 건의서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복지부·국토부에 제출했다. 현장 적용 과정에서의 혼란과 건설업계 부담이 증가하고 건설일용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전문건설업체에 비용·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 협회 주장이다. 협회는 “일방적인 대상범위 확대 정책에 반대한다”며 “최소한 시행시기라도 조정하고, 건설공사 현장은 시행일 이후 최초 입찰공고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영록 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협회는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대금에 사회보험료 비용 증가분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신규공사에 대해서만 가입범위 확대 적용을 주장한다”며 “정부가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지원대책을 내놓은 데다, 한 달 8일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한다고 해서 전문건설업체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3개월 시행 유예와 신규공사에 한해 적용하자는 국토부 주장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범위 확대를 최소 1년 유예하자는 얘기”라며 “신규공사는 발주부터 공사 착공까지 1~2년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토부 주장대로라면 건설일용노동자들은 1~2년 후에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세청 일용근로소득자료에 따르면 건설일용노동자 177만명 중 한 달에 20일 미만 일하는 노동자는 141만명(79.7%)이다.

육길수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전문건설업체의 비용·업무 증가는 국민연금 가입대상자 증가와 복지 확충이라는 사회적 비용 감소 차원에서 감내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가입기준을 확대해 대다수 건설일용노동자들이 국민연금 혜택을 누리고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국토부에 건설일용노동자 국민연금 가입범위 확대 시행시기 유예 입장에 대한 재논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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