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오라클노조
한국오라클노조(위원장 김철수)가 16일부터 18일까지 전면파업을 한다. 2000년 한국후지쯔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8일간 파업한 이래 외국계 IT기업이 전면파업을 하는 것은 18년 만이다. 장기간 임금동결과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이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몰았다.

노동자들 "회사에 대한 높은 불만" 노조로 결집

노조는 15일 "임금·단체교섭에서 회사가 임금인상과 불공정 인사제도·고용불안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아 16일부터 18일까지 쟁의행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라클 노동자들은 회사가 사업 방향을 클라우드서비스로 잡은 뒤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이에 반발해 지난해 9월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해 권고사직 등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만 70명이 넘는다. 2016년에는 10여명 안팎이었다.

회사는 노조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노조가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자 일과시간 외 회사 밖에서 해야 한다고 맞섰다. 회사는 국내 최대로펌인 김앤장과 자문계약을 맺었다. 노조 출범 석 달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노사는 교섭을 시작했지만 5개월 만인 올해 4월 협상은 결렬됐다.

그사이 조합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3명으로 출발한 노조는 설립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린 지난해 10월16일 단 하루 만에 조합원을 200여명으로 늘렸다. 한국오라클 전체 직원 1천200명 중 노조가입 대상은 1천여명이다. 최근 55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복수노조가 생기더라도 안정적인 과반수노조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노조는 단기간에 조직이 확대된 이유를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인 증거'로 보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실제 임금이 인상되는 직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임금 결정 기준과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자주 불거졌다. 노조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임금이 인상된 것은 10년 사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노조가 있는 한국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매년 임금교섭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도 연봉이 매년 오르는 임금체계를 운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회사가 주는 대로 받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계 자본의 특성인 고질적인 고용불안도 노동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신기술이 도입되거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경우 기존 인력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클라우드 전담인력을 100여명 채용했지만 전체 직원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기존 인력 100여명이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임금인상·고용불안 개선책 없으면 수위 높일 것"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회사의 외부행사를 보이콧하고 있다. 파업 첫날인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오라클 사옥 앞에서 파업승리 결의대회를 연다. 조합원들은 파업 기간 고객서비스 지원 업무 일체를 중단한다. 회사가 임금인상 등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17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투쟁계획을 확정한다. 파업기간을 연장하거나 무기한 파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김철수 위원장은 "사측 교섭위원들은 노조 요구가 본사 지침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교섭을 해태했고 노조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했다"며 "회사가 장기간 임금동결이나 불투명한 급여정책, 인사 부조리, 고용불안 문제와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만족할 만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 쟁의행위 수위를 높여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오라클은 "지금까지 노조와 성실히 교섭을 해 왔다"며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계속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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