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해 7월 경영난으로 파산한 부산 침례병원을 공공기관이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재개원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었는데, 자유한국당·정의당·바른미래당 부산시장 유력후보들이 너도나도 공약 채택을 약속하고 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해 보건의료계의 관심이 쏠렸다. 노조는 침례병원을 건강보험공단에서 인수해 직영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간병원을 공공부문이 인수해 공공의료 확충의 새로운 모델로 삼자는 제안이다.

새 병원 설립비용 최소 4천억원
550억원이면 침례병원 인수 가능


발제를 맡은 나영명 노조 기획실장은 “부산에서 600~8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지으려면 최소 4천억원 이상이 드는 데 반해 침례병원을 인수하는 비용은 550억원”이라며 “추가적인 의료장비를 갖추는 데 소요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1천억원이면 공공병원으로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 실장은 “건강보험공단에 현재 21조원의 재정흑자 누적분이 쌓여 있다”며 “보험자 직영병원을 지으면 건강보험공단 입장에서도 적정진료 모델개발을 통한 불필요한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어 엄청난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 방안을 반긴다. 토론자로 참석한 성태봉 부산시 보건위생과 팀장은 “부산시는 서울시 다음으로 의료기관수가 많지만 공공의료 비중은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이라며 “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으로 전환하는 데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전국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지만 공공의료 낙후지역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3천693개로, 전체 의료기관의 5.7%를 차지한다. 그런데 부산시는 376개로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2.7%에 그쳤다. 부산시의 고령인구 비율은 14.3%로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가장 높다.

복지부 “건보재정 투자, 사회적 합의 전제돼야”

보건복지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을 설치하려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써야 하는데 이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건강보험 누적흑자 21조원 가운데 10조원을 2022년까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확대에 사용하기로 한 만큼 재정적 여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 과장은 “2000년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문을 연 이후 여러 지역에서 제2 직영병원 설립을 요구했지만 타당성 연구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며 “특정지역 특정병원을 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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