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연일 삼성의 노조파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80여년이 지나고 노동자의 유의미한 도전이 2013년에 있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에버랜드노조(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의 투쟁이 그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은 삼성에 직접고용된 것이 아니고 형식상 협력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였다. 이 시대 불평등 문제의 집약체였다. 이들이 양극화 피라미드의 정점 삼성에게 착취당하던 중 삼성의 성 밖에서 조직화해 들고일어났다. 그리고 말로 다 못할 5년의 전투 끝에 최근 삼성에서 직접고용 선언을 이끌어 냈다. 삼성의 성을 무너뜨리고 조직이 통째로 걸어 들어가 80년 무노조 신화마저 종식시킨 것이다.

최근 검찰 수사 결과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이 이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인사 및 업무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이 협력업체를 폐업시키고, 돈을 찔러 주면서 탈퇴시키고, 심지어 염호석 열사 시신을 탈취해 장례투쟁을 무력화하려 한 증거까지 발견됐다.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가 사실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5년 전에는 노동부도, 검찰도, 법원도 모두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 검찰이 발표하는 내용과 언론 단독보도는 사실 노동자들이 5년 동안 목이 터져라 폭로하던 것들이었다. 서운함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 상황은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우리가 노동자의 이야기를 최소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들었는지, 삼성의 벽 앞에서 진실을 덮는 일에 공범이었던 적은 없는지 반성해 보자는 것이다.

2013년 10월에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됐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작성해 실행한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이었다. 당시 노동부와 검찰은 해당 문건을 삼성에서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며 실제 실행자인 실무자 4명을 제외한 그룹 임직원 모두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2013년 당시 노동부 수사보고서를 보면 문건 작성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작성 지시자는 삼성인력개발원, 그리고 총괄 수습 단위는 삼성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었다는 것이 그대로 서술돼 있다. 2013년 당시 노동부와 검찰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문건을 작성했고, 작성자와 실행자 실명까지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무혐의 처분을 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행정법원 1·2심과 대법원에서 "문건은 삼성이 작성했으며 이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불법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이러한 법원 판결까지 무시한 채 말이다.

지난 5년 동안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담긴 내용은 삼성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에게 계속 실행됐다. 에버랜드 조합원은 해고를 당해 5년 동안 밥벌이도 없이 법정과 거리를 헤매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표적감사와 일감 빼앗기, 노골적인 왕따와 협박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2013년 겨울 최종범, 2014년 여름 염호석 조합원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둘 다 유서에 삼성 노조파괴를 규탄하고 조합원들의 투쟁을 위해 희생한다는 말을 남겼다. 삼성은 염호석 열사가 떠난 직후 “노조원 1명 탈퇴”라며 성과보고를 공유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6억원을 직접 건네며 고인이 원했던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바꾼 후 시신을 빼앗아 피울음 쏟는 동료 조합원들과 어머니 눈앞에서 화장해 버렸다. 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은 천륜을 어겼다. 노동자들은 복수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 삼성의 80년 노동탄압 역사 속에서 말없이 착취당하고 이유도 모른 채 경제적·육체적으로 고통을 겪었을 노동자들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부당노동행위 실행자와 지시자인 삼성그룹에 대한 형사처벌은 삼성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노동탄압 선두주자인 삼성을 바꿔 노동이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작은 첫 삽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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