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퀵서비스와 대리운전, 건설기계 노동자 등 민주노총 소속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이 전국에서 모인 ‘사장님’으로 가득 찼다. 사장님들은 하루 일당을 포기한 대신 구호를 외치고 손피켓을 들었다. 취임 1년이 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파란색 손피켓 위에는 “우리도 노동자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건설기계를 몰고, 보험을 설계하며, 방송 대본을 써 돈을 버는 사장님들이다. 민주노총이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약속불이행 규탄 특수고용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특수고용 노동자 800여명이 함께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삶, 단언컨대 제자리"=결의대회가 시작되자 무대 위 대형스크린에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의무화하겠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보장받도록 하겠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에 주요 공약을 소개한 홍보영상이다. 사장·개인사업자·프리랜서 이름으로 각종 권리를 박탈당하고 보호에서 소외된 229만명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이름을 되찾아 주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대형스크린에서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 들어 특수고용 노동자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현장 증언이 쏟아졌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은 "방과후강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20년 넘도록 급료가 오르지 않고 부당하게 해고돼도 단체협약이나 교섭을 할 수 없다"며 "인사권을 학교장이 가지고 있어 부모상을 당해도 수업을 해야 하고, 임신을 하면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고 증언했다.

이창우 대리운전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조 변경신고를 했지만 노동부가 변경신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신고를 반려했다"며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5년간 화물노동자로 살아온 주천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은 “45년이 지옥 같았다"고 토로했다.

"화주와 업체의 갑질과 횡포에도, 무리한 운행과 과적에 내몰려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생명을 담보로 도로 위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노동 3권이 필요합니다."
 

집회 참가자들이 노조법 2조 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문재인 정부, 1년 전 약속 지켜 달라"=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대회사에 나섰다.

“지난해 특수고용 노동자도 노동자라는 염원을 국회에 전달했지만 부정당했다. 2018년 화창한 이날 ‘나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며 다른 누구도 아닌 노동 3권 보장을 약속한 대통령에게 다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촛불대통령을 자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일지라도 노동자 삶을 바꿔 낼 수 없다면 노동자 단결투쟁에 맞서야 할 것이다.”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지부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1개 분회 50명 조합원과 일일이 손을 잡고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 3권 보장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며 “10년 넘게 기다렸으니 이제는 기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는 애원하지 않고, 6월 말 7월 초 총파업으로 요구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치고 정부서울청사에서 내자사거리를 거쳐 청운동치안센터로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사장님 돌려줄게 노동자라 불러다오” “약속을 지켜라, 노조법 2조 개정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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